#전셋집 임차인 A씨는 지난해 11월 임대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이후 임대인에게 문자와 전화로 재차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역시 전세를 사는 B씨는 전세금 6000만원이 묶여있지만, 임대인이 잠적해 경매를 진행하게 됐다. B씨는 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아 손해를 볼 처지이다.
최근 부동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잠적하거나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임대인을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사람을 기망해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임대보증금 반환은 사람의 기본 생존 조건인 주거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일반적인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재 세입자가 미반환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증금 미반환한 임대인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대보증금이 건네질 당시에 임대인의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사기죄가 성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 채무 관계에서도 경제적 사유 등으로 인해 못 갚은 것이라고 변소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서지원 법무법인 나란 변호사는 “사기의 성립은 범죄행위 시점 당시에 발생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임대인이 돈을 받을 당시에 상대방을 기망했는지 또는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임대인이 2년 뒤 반환할 것까지 예상하고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전부 사기로 처벌하자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사의 영역인 채무이행과 관련, 임대차 계약에 대한 채무이행만 별도로 사기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변호사는 “임대보증금 미반환은 부동산 시장 폭락과도 관계가 있다”며 “부동산 시세가 폭락하면 보증금 반환 자체가 감당이 안 돼서 임대인이 잠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기로 한 상태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주택도시기금법을 개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내준 임차보증금을 갚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개 대상은 총 2억원 이상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고, 구상 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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