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 이제는 사라져도 될 듯하다.
부산 BNK는 지난 1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3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1-70으로 승리하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2019년 창단 이후 두 시즌 연속 봄 농구를 경험하지 못했던 BNK. 그러나 박정은 감독 부임 이후 BNK는 철저히 ‘위닝 팀’으로 바뀌었고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승리,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등 새 역사를 연달아 세웠다.
박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의 레전드다. 총 네 번의 올림픽 출전, 그리고 2000 시드니올림픽 4강 신화, 2008 베이징올림픽 8강을 이끌었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상 가장 영리한 포워드이자 최고의 슈터로 평가받았을 정도로 선수 시절에는 탄탄대로만 걸었다.
그러나 2021년 BNK 감독으로 부임한 순간부터 우려의 시선이 짙었다. 수많은 레전드가 ‘여성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안은 채 도전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임 전 유영주 전 감독의 완벽한 실패가 있었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박 감독은 부임 후 소통과 책임을 강조하며 BNK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첫 시즌이었던 2021-22시즌 내내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좋고 나쁨의 차이가 컸다. 위닝 멘탈리티, 그리고 경험을 안겨줄 김한별과 강아정을 품에 안았지만 효과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경험한 박 감독은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새 역사를 썼다.
올 시즌 역시 기대와 우려는 공존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광탈’했다. 더불어 턱걸이 4위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엄지를 영입하며 골밑을 보강했으나 대세를 바꿀 변화는 아니었다.
하나, 박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BNK는 분명 달랐다. 안혜지와 이소희, 진안은 전보다 더 성장했고 오프 시즌부터 철저히 준비한 김한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김시온과 한엄지 등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쳐준 자원들이 등장하며 로테이션 활용도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승리의 맛을 알게 되니 더 펄펄 날았다. 본래 기량 자체는 뛰어났던 선수들이었다. 그들에게 이기는 법을 알려준 건 박 감독이었고 그 결과는 첫 정규리그 2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이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여성 지도자’라는 타이틀은 그리 반갑지 않은 표현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성공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만큼은 너그럽게 바라봐도 좋을 듯하다. 박 감독은 WKBL은 물론 한국 여자농구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지도자’다. 모두가 실패했던 길을 묵묵히 걸었고 결국 성공했다. 더 무서운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박 감독과 BNK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년 만에 통합우승을 노리는 ‘우리 왕조’와 WKBL 정상을 다툰다. 쉽지 않은 상대다. 올 시즌 상대 전적도 1승 5패로 압도적인 열세. 그러나 모든 벽을 깨고 결국 마지막 스테이지에 오른 박 감독, 그리고 BNK다. 그들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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