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울대입구역 6번 출구 앞. 20도에 이르는 초여름 날씨에도 10명 중 7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지하철·버스에 승하차하기 위해 번거롭게 벗었다가 쓰느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까진 쓰고 다니겠다는 게 주 이유였다. 친구 만남을 위해 서울 대학동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박모씨(22)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 주머니에 마스크를 넣고 다니지 않을 예정”이라며 “예전처럼 미세먼지 심한 날에만 쓰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20일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정부가 이르면 20일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노 마스크 시대’가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에서 착용 의무가 풀리면 마스크 착용률이 대폭 떨어질 거라 보고 이를 기점으로 일상회복이 대부분 완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오는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안과 시기를 발표한다. 식당·카페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1단계 조정 이후에도 코로나19는 주간 일평균 기준 1만명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감염병 정책의 시행시기가 월요일이었던 만큼 20일 시행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3년을 거치며 대부분 국민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 해제를 해도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병·의원, 약국, 감염취약시설 등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고위험군에겐 여전히 무서운 병인 만큼 이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월26일~3월4일 일주일간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80명이 나왔는데 60세 이상에서 92.6%(80세 이상 53.8%·70대 23.8%·60대 15.0%)로 대다수가 나왔다. 정부 감염병 정책을 자문하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에서도 이곳 시설의 해제는 여전히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 일반인에게 남아있는 방역조치는 사실상 확진 시 7일 격리 의무가 전부다. 방역당국은 내달 말 열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제15차 긴급위원회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과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단계 하향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2급인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4급이 되면 격리는 의무가 아닌 권고가 된다.
“코로나19, 고위험군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 수립해야”
앞으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고위험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젊은 층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넘어가기 때문에 진단 검사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순영 교수는 “고위험군에 한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먹는 치료제 처방을 높이는 쪽으로 방점을 둬야 이들의 입원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상회복은 완료 단계지만 고위험군은 여전히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있다”며 “고위험군을 보호하면 코로나19는 이제 미지의 병이 아닌 충분히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감염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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