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참전으로 지분경쟁 한층 가열…신용융자 잔고는 정점 찍고 내려와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이하 SM) 주가가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한 가운데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SM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하이브[352820]의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7일 1천48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6거래일 연속 감소해 지난달 27일 813억원으로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반대의 경우는 줄어든다.
실제 이 기간 SM 주가는 종가 기준 13만100원에서 12만300원으로 내려앉았고, 장중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SM에 대한 신용융자 잔고 감소는 당시 이수만 전 대주주가 제기한 신주·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이 이수만 전 대주주의 가처분을 인용한 이후 이달 7일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주당 15만원)에 SM 지분 35%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시작했으나, 이전과 같은 ‘빚투’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SM에 대한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3일 1천340억원으로 늘기도 했으나 그 후엔 다시 5거래일 연속 감소하면서 잔고액은 9일 기준 771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하이브가 SM 지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인 2월 8일(73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반격으로 지분 경쟁이 과열됐는데도 신용융자 잔고는 외려 분쟁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15만원은 카카오의 입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있고 지분 인수 뒤에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진 않을 정도의 적당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일반 주주 입장에선 투자 기간을 얼마나 길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오버슈팅(과열)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된 카카오의 SM 신주·CB 인수 공시 이후 현재까지 SM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16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약 12만6천원이다. 이 가운데 최고가는 2월 21일 대신증권이 제시한 15만원이다.
통상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6개월∼1년 이후의 가격을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SM 주가는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코스닥시장에서 SM 주가는 지난해 말(7만6천원)부터 이달 10일까지 94.47% 급등했다. 다만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해 카카오의 공개매수가격을 밑도는 14만7천8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진칼도 3만원대였던 주가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11만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만원대 수준”이라며 “투자자들도 적대적 인수·합병(M&A) 같은 단기 호재성 재료는 거품처럼 꺼질 수밖에 없다는 걸 과거 사례로 습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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