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의 날이 밝았다. 한국의 ‘8강 경우의 수’는 사실상 오로지 일본전 포함 잔여 3경기 승리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라운드 첫 경기 호주와의 경기서 난타전 끝에 8-9, 1점 차 석패를 당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1패 이상으로 치명적인 의미를 지닌 1패였다.
5개 팀이 겨루는 본선 라운드에서 8강을 두고 다투는 동시에 반드시 꺾어야 했던 호주를 상대로 패했기에 그 여파가 뼈아팠다. 반면 내심 라이벌로 꼽았던 일본은 같은 날 열린 중국과의 1차전서 8-1 대승을 거두고 1승을 적립했다.
결국 한국의 입장에선 10일 일본전이 배수의 진을 친 벼랑 끝의 경기가 됐다. 객관적인 전력 상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과의 승부인데, 승리하지 못하면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혹한 상황에 놓였기에 절박함이 더욱 크다.
그렇다면 한국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엇일까. 우선은 일본전 승리가 필수적이다.
대회 조별 경기 및 동률 팀 간 순위 결정 (POOL PLAY AND TIE-BREAKING PROCEDURES) 규정은 ‘각 조의 팀은 1라운드 승률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며, 상위 2팀이 준준결승(8강)에 진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조 1,2위 안에 들지 못하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다는 뜻이다.
그 다음 최상위 8강 진출 규칙은 간단히 말해 ‘승자승의 원칙’이 최우선으로 적용된다.
본선 1라운드의 조별 경기가 끝난 뒤 승률이 같은 팀이 있고 2개 이상의 팀이 동률일 경우 1단계로 ‘동률인 팀 간 경기에서 이긴 팀에게 더 높은 순위를 부여한다’는 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우선 일본을 잡고 남은 체코와 중국전까지 모두 승리해 우선 3승1패를 만들고 호주가 잔여 경기에서 추가로 1패를 더 하길 기다려야 한다.
만약 한국이 10일 일본에 패한다면 탈락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호주가 일본전에만 패하고 잔여 경기를 모두 잡아 3승 1패를 달성한다면 조 3위 이하로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또한 호주가 잔여 경기 일본전을 포함해 2패를 추가하더라도 양 팀의 승률이 2승 2패로 같아질 경우엔 승자승에 밀려 또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다.
한국이 일본에 패해 2패를 안게 된다면 호주가 남은 3경기에서 모두 패해 1승 3패가 되는 B조 전력상 희박한 확률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잔여 3경기를 모두 승리해야만 자력 8강 진출의 경우의 수가 달성된다. 현재로선 많은 것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일본전에 패할 경우 자력 8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물거품이 된다고 인식하고 숙명의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숙명의 한일전에서 선발투수로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 김광현을 예고했다. 일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95승을 거둔 베테랑 우완투수 다르빗슈 유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강철 한국야구 대표팀 감독은 9일 경기 종료 후 “한 경기를 져 모든 경기에 총력전을 해야 한다”면서 “한일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8강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총력전을 펼치겠다. 모든 인원을 준비시키고 모든 투수들을 활용하겠다”며 벼랑 끝 승부를 예고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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