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참사는 잊어라. 야구대표팀의 ‘수호신’ 고우석(LG, 24)은 콜사인만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든든한 구원투수 고우석이 2023 WBC에서 지난 도쿄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우석을 비롯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할 한국 야구 대표팀은 4일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버팔로스 스타디움에서 대회 공식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종료 후 고우석은 국내외 수십명의 취재진 앞에서 대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히며 2020 도쿄올림픽과 비교해 올해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도쿄올림픽 설욕’에 대한 질문을 받은 고우석은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설욕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하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있다”라고 씩씩하게 말한 이후 “하지만 한 경기만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내는 것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진 무기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싶다”며 개인적인 각오를 덧붙였다.
2021년 열렸던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고우석은 8회 1루 베이스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상대 출루를 허용한 이후 실점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최종 4위에 그쳐 동메달을 얻지 못했고, 예상외의 부진에 팬들은 ‘도쿄참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표팀에게 많은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고우석의 투수로서의 경쟁력 자체가 훨씬 더 향상됐다는 점이다. 고우석은 “그때 당시에는 (내 변화구들이) 주무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까 주무기라고 표현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지금은 그래도 패스트볼과 같이 (변화구를) 주무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은 올라온 것 같고 제구적인 측면이나 날카로움 등의 각도의 측면에선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 2021년 고우석의 첫 번째 변화구였던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은 142km였는데, 지난해는 146.7km로 훨씬 늘었다. KBO리그 토종 투수 가운데서 고우석이 가장 빠른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게 된 셈이었다. 단지 구속만이 아니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 역시 2021시즌 0.220에서 2022시즌 0.148로 크게 떨어뜨렸다. 드디어 슬라이더가 첫 번째 변화구로서 위력을 발휘하게 된 셈이다.
거기다 고우석은 2021시즌 피안타율이 0.192에 그치는 등 제3 구종으로서 부족함이 있었던 커브 피안타율도 0.130으로 크게 떨어뜨렸다. 커브의 각도와 제구가 향상되면서 고우석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직구’ 혹은 ‘슬라이더’를 노렸던 타자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추가로 고우석은 평균 구속 146.6km를 기록한 컷패스트볼까지 섞어 던져 타자들은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렇듯 더 향상된 구종 구사능력과 구위로 설욕에 나설 차례다.
먼저 9일 호주전이란 첫 번째 산을 넘어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국이 훨씬 앞서지만 자칫 방심한다면 승기를 내줄 수도 있는 상대다. 호주전 타자들의 영상을 본 고우석은 “아무래도 미국은 아니지만 영어권의 나라답게 야구 스타일이 미국 선수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단기전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타자들의 스윙이 어프 스윙으로 많이 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고우석은 “어느 상황에서든 장타를 가장 첫 번째 조심해야 되고, 그 이후에는 피출루(를 적게 당할) 생각을 많이 해야 된다”라면서 “호주타자들의 스윙이 커보이긴 하지만 짧은 타구들도 많이 나오더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WBC 대회 고우석은 멀티이닝이나 규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연투도 충분히 각오하고 있다. 고우석은 “일단 등판하라고 지시가 나오면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만약 마무리로 나간다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던져야 되는 게 맞는 것”이라며 “강판 사인이 나올 때까지 던져야 되는 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투지를 내비쳤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고우석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1이닝을 초과하는 기용 가능성에 대해 같은 날 질문을 받자 이강철 감독은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잘만 던진다면 2~3이닝도 가능하다”라며 고우석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내비쳤다.
고우석도 대표팀을 위해 보직 욕심 없이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겠단 각오다.
“보직에 대한 욕심은 개인적으로는 없다. 그냥 (코칭스태프 파트에서) 경기에 나가라고 할 때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밖에 없다.”
2021년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던 투수는 이제 KBO리그의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되었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설욕의 시간이 다가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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