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와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제로슈거. /사진제공=각 사 |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옛 롯데주류)가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한 이후 16년만에 내놓은 제품으로 최근 누적 판매량 5000만병을 넘어섰습니다. 새로의 인기는 롯데칠성 주류사업부문에 희망이 됐습니다. 2021년 14.6%였던 소주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8%로 늘어났습니다.
새로의 콘셉트는 제로슈가입니다.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희석식 대신 증류식을 선택했고 영양성분 표시를 선제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차별성의 포인트는 또 있습니다. 바로 병의 디자인입니다. 투명한 병에 도자기의 곡선미와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는 듯한 세로형 홈을 적용해 한국적 이미지를 덧입혔습니다. 비표준용기인 이른바 이형병을 적용한 것이죠.
보편적인 소주병 색깔은 우리가 흔히 아는 초록색입니다. 초록색 소주병은 1994년 롯데주류의 전신인 두산경월의 그린소주가 성공하면서 일반화됐습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초록색이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참이슬, 좋은데이, 하이트, C1 등이 모두 그린소주의 후속입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병의 색깔이 거의 비슷해지자 주류업계는 손을 맞잡습니다. 2009년 소주 제조사 10여곳이 360ml 소주병 공용화 협약을 맺습니다. 소주병을 동일한 규격으로 만들어 공병을 분리할 필요 없이 세척 후 타사 공병까지 재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게 골자입니다. 다양한 색깔의 소주병은 협약 이후 98%가 초록색 병으로 통일됩니다.
공병의 제조원가는 신병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신병 제조원가가 150원 정도인데 공병은 세척비 등이 50원 꼴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공병 재활용률을 높일수록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공병의 생명력은 6~8회 정도 됩니다. 일정 강도 테스트를 통과하면 다시 사용하는 식입니다. 주류업체들은 병에 양각으로 새겼던 사명도 빼는 등 완전히 혼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때는 A사 사명이 새겨진 B사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는군요.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도 공병 공용화는 매력적인 정책이었습니다. 탄소배출양을 줄이는 결정인만큼 환경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소주병 공용화에 이상이 생긴건 하이트진로가 2019년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입니다. 1970년대 레트로 감성을 콘셉트로 하다보니 당시 감성인 하늘색 병을 적용했습니다.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만에 1억병이 팔리며 선풍적 인기를 끕니다.
롯데칠성음료에 쌓여 있던 진로이즈백 공병./사진=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인 롯데주류를 비롯한 나머지 주류기업들은 하이트진로가 공병 공용화 협약을 깼다며 회수한 공병을 돌려주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 롯데주류 공장마다 수백만개의 진로이즈백 공병이 쌓여있는 사진은 많은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공병을 돌려받지 못한 하이트진로 측은 “자율협약을 왜 강제하느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고, 롯데주류 측은 “협약을 깨고 10년전으로 시계를 돌리자는거냐”고 맞섰습니다.
결국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10년전 합의한 조건에 따라 병당 10.5원에 병을 교환하기로 하고 갈등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회와 환경단체 등에선 진로이즈백 공병 회수율과 재사용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이형병 사용 논란을 이어갔습니다.
두 회사가 이런 갈등을 겪은 가운데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가 이형병을 들고 나와 인기를 끌고 있으니 하이트진로의 심정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자원 재활용 차원에선 통일된 병을 사용하는 협약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지만 유독 소주에만 공통된 병 규격을 강제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새로의 인기로 자원 재활용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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