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 역사상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고의 순간은 2006년 대회 때 ‘약속의 8회’를 두 번이나 이뤄낸 한일전이다. 특히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 팽팽한 0의 균형을 이어가다 8회 1사 2, 3루서 터진 이종범의 결승 2루타는 백미다. 이 한 방으로 한국은 일본의 콧대를 또 꺾으며 WBC 4강 신화를 달성했다.
17년 전의 결승타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내 야구인생에 큰 획을 그은 대회”라며 “죽기 전까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순간을 복기하면서 “객관적 전력에선 우리가 열세였지만 집중력을 살려 찾아온 찬스에서 득점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공이 상당히 빠른 상대 일본 투수 후지카와 규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베테랑인 만큼 변화구보다 속구를 던질 것으로 생각했고, 결국 그 공을 놓치지 않고 결승타를 만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 코치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공이 컸다. 당시 대표팀 주장을 맡아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이 코치는 “초대 WBC는 36세의 나이로 주장을 맡고 출전한 대회였다. (메이저리거를 포함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기 때문에 꼭 국민들께 좋은 대회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독려하려 했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하면서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많이 힘썼다. 그런 노력 끝에 4강까지 갔다는 것이 내겐 큰 의미가 있다”고 복기했다.
이 코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023 WBC에서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에는 김현수(LG),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양의지(두산 베어스) 등 베테랑이 있다. 그들이 잘 이끌어주고, 후배들이 잘 뒷받침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김현수가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3.3.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그 연장선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현수가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이 코치는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꾸준하게 국제대회를 뛰며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리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김현수가 조금 힘들겠지만 리더로 팀을 잘 이끌면서 대회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WBC 1라운드 B조에 속한 한국은 도쿄돔에서 호주(9일),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WBC에서 14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프리미어12와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에 모두 패했기 때문에 이강철호가 통쾌한 설욕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 코치 역시 한일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는 “한일전 결과에 따라 8강, 나아가 4강으로 가는 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도 그렇고 온 국민이 한일전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보다 전력에서 앞서지만 승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지금껏 한일전은 치열한 접전을 펼친 경기가 많았고, 질 것 같은 경기를 뒤집어 이긴 적도 적지 않았다. 초반에 많은 실점을 하지 않는다면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질 것 같다”며 “실수를 줄이고 찬스마다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그리고 (어떤 투수를 상대로 어떤 공이든)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독려했다.
이종범. 2022.7.1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호주와의 첫 경기가 일본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실타래가 꼬이지 않고 술술 풀릴 수 있다는 것.
이 코치는 “호주전에 초점을 맞춰 모든 걸 쏟아 이긴다면, 순리대로 잘 풀릴 것”이라며 “경기 당일 컨디션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코치는 성적 부담에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이 많을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WBC는 팬들에게 즐거운 대회지만 선수들에겐 너무 부담스러운 대회다. 시즌을 앞두고 열려 부상 위험이 있고, 성적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잘 하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지만 못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걸 짊어지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국가대표의 숙명이다. 이번 대회가 각자 인생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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