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있어 가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안전에 관한 것이다. 우선은 충돌시 도어 열려야 한다. 현대차가 최근 충돌 테스트를 미디어에 공개하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배터리로 인한 화재와 관계가 있다. 많은 홍보 비용보다는 화재사고에 대한 확실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과 화재에 대한 내용을 짚어 본다.
글 /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우리나라 자동차업체의 상황은 어떤지 한 번 살펴보자. 2022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9% 늘어난 51만대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판매량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 점유율은 5.4%에서 4.7%로 하락한 상황이다. 2022년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은 테슬라 모델Y로 모두 77만 1,300대가 팔렸다. 2위는 중국 BYD의 송 플러스로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모두 합해 47만 7,094대가 판매되었으며, 3위는 47만 6,336대가 팔린 테슬라 모델3다. 현대 아이오닉5는 9만 9,536대가 팔려 판매량 13위를 차지했고, 기아 EV6는 7만 8,676대가 판매돼 20위에 들었다. 메이커별 판매량이 아닌 모델별 판매량으로 앞에서 언급한 순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2% 선에서 유지하도록, 123조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은 1위인 테슬라에 뒤이어 현대차는 포드와 2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IRA에 대해 현대차에서도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지난 1월 현대차는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IRA 대응 단기 전략으로 리스 차량 전기차 비중 확대 방안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시장 리스 차량 중 전기차는 5% 미만이지만 이를 3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코나 일렉트릭을 월 699달러(약 89만원), 아이오닉5를 월 899달러(약 114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를 구독서비스 ‘이볼브 플러스(Evolve +)’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IRA 세부규정에 북미 최종 조립에 대한 정의를 완화하거나 규정 시행 3년 유예 방안을 요구하는 중으로,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IRA라는 규제가 자국 우선주의가 강조되어 전기차 판매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는 없지만,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미국의 IRA로 시행으로 인해,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부품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는 분위기였는데, 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액은 35억 달러(약 4조4765억원)로, 전부 포드가 부담한다. CATL은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회사이다. 미시간주에 설립돼 2026년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연간 전기차 40만대 분량 생산하기로 했다.
주로 중국에서 사용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NMC)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생산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포드는 올해부터 자사 전기차 ‘마하-E’ 모델에 CATL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팩을 사용하기로 한 것인데, 포드의 완전 자회사 형태를 취하고, CATL은 기술지원만하기로 결정 났다. 지분은 포드가 100% 소유하고, CATL은 자본 투입 없이 기술적인 면에서만 역할만 하기 때문에,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IRA는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 자본이 투입된 부품과 이를 사용해 제조된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3~4년이 전기차와 배터리 등 표준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세계 10위 안에 있는 중국 6곳의 합산한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21년 48.2%에서 2022년 60.4%로 올랐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지난해 넘어선 것은데, 반면 국내 3사는 같은 기간 30.2%에서 23.7%로 떨어졌다.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하면 화재 위험성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으로 크게 외부 충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 배터리 결함, 컨넥터 등 조립불량 등을 지목하고 있다.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하며 쇼트(합선)가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전류가 급격히 흐르며 온도가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양극재인 금속산화물이 분해되면서 산소가 발생해 이로 인한 화재 증폭 현상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불이 더 잘 나는가라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건수는 2018년 3건에서 2022년 44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차량 화재는 4,995건에서 4,512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내연기관차 누적 등록대수는 2,373만 2,073대이고 전기차는 38만 9,855대다.
자동차 누적 등록 현황을 고려하면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비율은 0.019%, 전기차는 0.011%다. 아직도 내연기관차량이 최소 1.5배~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2~3년 전에는 그 차이가 10배 정도였다. 그런데 전기차가 노후화 되면서 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욱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수십에서 수백 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100% 효과적인 진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 주변에는 수돗물 대비 10배 이상 진화효과가 높은 소화액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단품 테스트를 통한 효과는 이미 검증된 상태다. 그런데 배터리 팩에 대한 테스트 비용과 기간이 너무도 크고 길어서 인허가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효과적인 소화방법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발생 확률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급속충전을 많이 할수록, 그리고 충전율을 높일수록 화재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화재발생 시 대처하기 용이하도록 가능한 충전 완료 후 지상 혹은 지하주차장 입구로 이동주차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충전비율을 85% 선으로 제한할 경우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금을 다양하게 책정하는 것도 좋은 유도책이 될 수 있다.
우선은 지하 깊숙한 곳에 충전기가 위치한 공동주택 혹은 대형 빌딩의 경우 충전이 완료된 이후에는 운전자에게 충전완료 통보를 보내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전완료 후 차량은 지상이나 주차장 입구 등, 만약에 발생하게 될 화재의 경우,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위치로 이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속충전기 요금을 지금보다 더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가능한 완속 충전을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의 80~85%선까지 충전요금과 그 이후 90%, 95% 또는 최대충전 등은 단계별로 요금을 차등화 해서, 가능한 충전비율을 85% 미만으로 낮추는 정책이 요구된다. 화재위험성을 9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판매를 위해, 1충전 주행거리를 최대화 하는 홍보 문구나, 완충시간이 18분이다 혹은 5분 충전이면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등의 마케팅 전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100마디의 홍보도 아무 소용이 없다. 1건의 전기차 화재가 전기차 보급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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