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도심 내 주거시설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사진=뉴스1 |
“127.78원 vs 32.4원“
2020년 이후 전력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인상폭이다.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회복되고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에 전력 생산비용도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 가격은 매번 소폭 인상에 그쳐왔다. 포퓰리즘 에너지 정책이 수요와 공급, 원가와 소비자 가격 같은 기본적인 경제논리를 짓눌러온 결과가 지난해 33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역대급’ 적자다.
26일 전력거래소와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 SMP(계통한계가격)는 ㎾h(킬로와트시)당 196.65원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일종의 도매요금이다. 2020년 ㎾h당 68.87원이던 SMP는 2021년 94.34원으로 올라 지난해 2배이상 급등했다.
소비자 가격은 인상이 더디다. 전기요금은 크게 기본료에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포함) △기후환경요금 △연료조정단가 등을 3가지 항목을 더해 책정한다.
전력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의 의견을 들어 전기요금 조정을 요청하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구조다. 사실상 기재부가 동결 권한을 갖는 탓에 번번이 원가 인상분 반영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소상공인·서민 경제 부담이 가중되자 2020~2021년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2020년은 이미 세계 경기 침체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한전이 2020년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덕이었다.
문제는 2021년 이후다. 전력 도매요금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LNG(액화천연가스) 국내 도입단가는 2021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9월 톤당 1470.4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치른 지난해 3월까지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서야 2021년 대비 ㎾h당 9.8원 오른 기준연료비를 두차례에 나눠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고 RPS(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와 ETS(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은 4월 요금부터 적용했다. 10월에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력량 요금을 ㎾h당 2.5원 올렸다.
연료비 조정단가의 근거인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2021년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유가와 LNG, 석탄 등 전기 생산용 연료비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용 전기요금을 올리도록 한 제도다. 전 분기 대비 최대 ㎾h당 3원, 연간 ㎾h당 5원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 시행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 ‘물가 등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는 입장 아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유보됐다.
정부는 지난해 한전의 30조원대 적자가 눈 앞에 닥치고 나서야 뒤늦게 전기요금을 올렸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정단가는 연간 최대한도를 넘어 3분기와 4분기 두차례 5원씩 총 10원 인상했고 연말에는 올해 1분기부터 적용하는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을 13.1원 올렸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영해야했을 전기요금을 뒤늦게 올리면서 올해 연초 난방비 폭탄과 함께 공공요금 부담을 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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