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경기 시간 단축 목표로 ‘피치 클록’ 도입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동점에 9회말 투아웃 만루, 여기에 풀 카운트로 야구장 전광판 모든 곳에 불이 들어왔다.
모두가 숨죽이며 긴장감이 꼭대기까지 치솟은 순간, 경기를 허무하게 끝낸 건 타자나 투수가 아닌 ‘피치 클록’이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노스포트 쿨투데이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는 새로 도입된 피치 클록이 야구 경기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애틀랜타 내야수 칼 콘리는 풀 카운트에서 평소대로 숨 고르기를 했다.
이때 구심 존 리브카는 경기를 중단시켰고, 콘리는 투수의 피치 클록 위반으로 볼넷이 선언됐다고 착각해 웃으며 1루로 걸어가려 했다.
이 경우라면 밀어내기 볼넷으로 애틀랜타가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심은 타자 콘리의 피치 클록 위반을 선언했다.
콘리의 삼진으로 경기는 6-6 무승부로 끝났고, 애틀랜타 선수들은 잠시 심판에게 항의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새 규정인 피치 클록을 도입했다.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 1’이 선언된다.
남은 시간을 모두가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홈 플레이트 뒤에는 피치 클록이 설치됐다.
반대로 타자는 피치 클록이 8초가 남기 전에 완전히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에서 피치 클록이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니 타자에게 주어지는 타격 준비를 위한 시간은 주자가 없으면 7초, 주자가 있으면 12초인 셈이다.
역사적인 피치 클록 첫 위반 사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매니 마차도가 남겼다.
마차도는 MLB 시범경기 첫날인 25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1회 타격 준비를 7초 안에 끝내지 못해 자동 스트라이크를 선언 당했다.
마차도는 경기 후 “내가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이라며 웃고 넘겼지만, 애틀랜타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은 “피치 클록이 이러려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AP통신은 “피치 클록 시대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찾아왔고, 경기장의 팬들은 야유했다”며 “(피치 클록이 도입된) 2023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묘사했다.
이 밖에도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수비수의 시프트를 금지하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한다.
투구 순간에 수비수는 2루 베이스 양옆에 반드시 한 명씩 자리해야 하고, 내야수의 양발은 내야 흙을 밟아야 한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선수 보호와 도루 시도 증가를 위한 조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러한 변화가 야구 경기의 흥미를 증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4bun@yna.co.kr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