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동정인 줄 알았다. 그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잠깐의 동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감독의 혜안이 만들어 낸 결과로 뒤바뀌고 있다.
방출 위기에서 살아남아 스프링캠프서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장원준(38)과 신성현(33) 이야기다.
장원준과 신성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구단은 사실상 방출 선수 명단에 둘을 올려놓고 있었다. 다만 감독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바뀌었기 때문에 감독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기로 미뤄두고 있었을 뿐이다.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의 선택은 동행이었다.
“떠밀리듯 그만두게 되면 미련이 크게 남는다.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결과에 납득할 수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좋다. 한 번 더 모든 걸 걸고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감독의 동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저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 누구보다 좋은 페이스로 좋은 흐름을 만들고 있다. 살려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원준은 벌써부터 스피드가 139km가 나올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시즌에 들어가면 140km 이상의 평균 구속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잔부상에 시달리던 몸 상태도 100%에 가깝게 바뀌고 있다. 구위가 살아나며 다양한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수준까지 구위가 올라왔다. 선발에서 밀리더라도 좌완 불펜이 부족한 두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장원준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성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베테랑답게 자신의 야구를 잘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성현은 연습 경기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격폼을 다소 간결하게 수정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군에선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신성현이다.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전력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그런 시간이 되고 있다.
비록 연습 경기에 불과하다고 폄하 할 수도 있지만 이 시기에 좋은 타격 페이스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스피드에 대한 타자들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공에 대단히 잘 적응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성현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 감독은 “신성현 역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좋은 페이스를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원래 포지션인 3루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스스로 쟁취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정의 시선을 넘어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장원준과 신성현. 그들의 도전이 진짜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두산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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