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의 음식점 판매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의 소주 마진이 70%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제조사에 가격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소주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가격을 올리면 ‘소주 6000원 시대’를 막긴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머니투데이가 시중 음식점과 주류업계를 통해 취합한 가격을 역산한 결과, 음식점 마진은 소주 한병에 5000원일 때 3520원, 6000원일 때 4400원이다. 음식점 판매가격 대비 각각 70.4%, 73.4%다.
유통 전까지 세금이 절반…유통 거쳐도 1600원 이하
업계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는 주류제조사들이 전분이나 당분으로 발효시켜 정제한 주정(酒精)을 사들여 물과 첨가물 등을 혼합해 만든다. 주류사들의 소주 제조가격은 550원~600원 정도다. 소주병과 박스, 포장 등에 100원 정도가 포함된 가격이다. 소주는 제조가격에 72%의 주세와 21.6%의 교육세가 붙는다. 제조가격+주세+교육세가 출고가격이다. 제조사들이 출고가격을 7% 올렸다고 할 때는 세금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출고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세금까지 붙은 소주 가격은 1100원대에서 1200원대다.
제조사가 만든 소주를 음식점 등에 공급하는 주류도매사는 통상 23~25%의 마진을 붙인다. 유류비를 포함해 차량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등의 명목이다. 소비량이나 지역, 거래기간 등에 따라 공급가격을 낮춰주기도 한다. 주류법상 제조사는 유통면허가 없다. 때문에 대형 주류도매사 5곳 정도가 유통마진이 포함된 공급가격을 주도한다. 주류도매사가 음식점에 공급하는 소주 가격은 1400원대 중반에서 1500대 후반에서 책정된다.
음식점 소주가격 ‘사장님 마음’…출고가 7% 오르는데 판매가 1000원씩 올려=
음식점에 입고된 소주의 판매가격은 음식점 운영자의 재량이다. 얼마의 이윤을 붙여 팔지 ‘사장님 마음’이란 얘기다. 실제로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소줏값을 얼마에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진다. 4000원을 받고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지만 지역에따라 5000원, 많게는 6000원~7000원을 받는 곳도 눈에 띈다. 주류업계에선 서울 번화가를 기준으로 공급가의 3배를 소주 평균가격으로 본다.
소비자들은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오르는데 음식점은 1000원씩 올린다며 불만이다. 6000원을 기준으로 소주 1병을 팔 때 음식점이 가져가는 돈은 4400원이다. 소주 가격의 73% 정도 된다.
음식점이 도매사로부터 공급받는 소주에는 소주병과 흔히 ‘짝’으로 부르는 P박스에 가격이 붙는다. 공병은 100원꼴, P박스는 2만원 꼴이다. 때문에 음식점 운영자들은 소주 공급가격이 실제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비용들은 일종의 보증금이다. 공병 보증금 반환제도에 따라 반환하면 돌려받는 돈이다. 음식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공병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물론 음식업을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 인상 부담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난방비 인상으로 전기료와 가스비 비용도 늘었다.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외식업 종사자들은 매출 빼고 다 올랐다고 토로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술값 인상은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이번주부터 전국 41개 지회, 223개 지부에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주정가격이 오르자 주류업계는 소주 출고가를 7%대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음식점들이 소주 판매가격을 1000원씩 올려받기 시작했다. 올해도 원부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인상으로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최근 ‘소주 6000원 시대에 도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금이 조금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 업계와 이야기 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