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매출 3조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3년만에 재개됐다. 인천공항은 한 때 세계 1위 면세시장이었던 만큼 이번 입찰로 전세계 면세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세계 면세 기업 2, 3위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2020년부터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도 참전할 태세다. 후발주자인 신세계, 현대백화점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번 입찰은 사업 기간이 10년이라 후발주자들이 이 기회를 놓치면 장기적으로 면세사업을 성장시킬 기회를 찾기 어렵다.
인천공항 잡아야 세계 1위 되찾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27일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참가신청을 받는다. 참가신청을 한 면세기업들은 28일 사업제안서 및 가격입찰서 제출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2019년 24억3000만달러(약 3조16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세계 최대를 기록한 면세점이다. 면세시장이 당장 2019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렵지만 여행객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면서 공항 면세점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게다가 국내 국제공항 면세점은 2021년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2022년 제주공항 입찰이 끝나 인천공항만이 남아 면세기업들이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세계 2, 3위 면세점 기업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2021년 매출은 3조7200억원, 신라면세점은 3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양사 모두 4조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9년 수준(롯데 6조1000억원, 신라 5조2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업계 후발 주자인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더욱 절박하다. 양사는 2015년 면세점 사업 허가를 받고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정부가 2015년에 5곳, 2016년에 4곳 등 신규 사업자 진입을 허용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신세계면세점의 2021년 매출은 2조7000억원, 현대백화점은 1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中 CDFG까지 눈독…”인천공항 내주면 해외 시장까지 뺏긴다”
이번 입찰엔 중국 CDFG가 뛰어들 가능성이 커 글로벌 전쟁이 됐다. CDFG는 최근 주요 국내외 브랜드에게 입점 의향서를 받으며 실제 입찰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한국 면세기업을 밀어내고 2020년 세계 면세점 매출 1위로 올라선 중국 국영기업이다.
CDFG는 자국민들의 면세수요를 쓸어 담으면서 중국 주요 도시 봉쇄에도 불구하고 CDFG는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CDFG가 인천공항까지 입점한다면 한국 기업들과의 격차는 ‘넘사벽’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면세점의 큰손인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CDFG로 쏠릴 가능성도 크다.
인천공항은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최근 면세점 기업들은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싱가포르, 호주 등 해외 공항 진출을 늘리는 추세다. 해외 공항에 입점하려면 국내 공항 운영 경험이 필요하다. 이는 CDFG도 마찬가지다. CDFG는 아직까지 해외 공항 운영 경험이 없는데 인천공항 입점에 성공한다면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미래의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직매입 상품이 많아 매출이 클수록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CDFG가 인천공항에 입점한다면 해외 유명브랜드를 다뤄본 경험까지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에선 정부가 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장에 중국 국영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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