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시작해 전주·이천·서울까지 접수한 빵집이 있다. 포털사이트에 ‘이효리 빵’만 쳐도 각종 소개 글과 후기가 쏟아져 나오는 ‘메종 드 쁘띠푸르’다. 메종 드 쁘띠푸르는 뭍에서 온 이주민이 만든 빵집이다.
메종 드 쁘띠푸르 김용봉 대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일본 최고 제과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굴지의 빵집에서 일한 김용봉 메종 드 쁘띠푸르 대표가 제주도민이 된 건 벌써 13년이 됐다. 10년 전 메종 드 쁘띠푸르라는 이름으로 빵집을 차린 것이 지금은 전국에 점포가 7곳이나 된다.
지난 2월 10일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로비에 위치한 메종 드 쁘띠푸르 매장에서 김용봉 대표를 직접 만났다. 김 대표는 당일 새롭게 개발한 케이크를 권하며 본인을 “이쁘고 맛있는 빵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Q 제빵은 언제, 어디서 배우기 시작했는지.
A 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제빵을 배웠죠. 1990년 군대 제대하고 일본으로 바로 갔습니다. 애초에 일본으로 간 이유는 보석디자인 배우기 위해서였는데, 중간에 생각을 바꿨어요. 제가 원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본에 가서 빵이랑 디저트를 보고 깜짝 놀란 거예요. 친구가 동경제과학교 팜플렛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을 보고 반해 지원서를 냈죠.
김용봉 대표는 일본 최고 제빵학교라고 알려진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동경제과학교는 일본 최고 제빵학교다. 김 대표는 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되던 해에 동경제과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동경제과학교는 빵 2년, 양과자 2년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Q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A 1995년 서울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나폴레옹에서 2년 일하고 승승장구했어요.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받았죠. 자신감을 얻어 2000년엔 이대 앞에 제 가게를 냈습니다. 이때 사기를 당해 가게 잃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죠. 인생 정점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거예요. 가게가 망한 이후로 컨설팅을 많이 했습니다.
김용봉 대표와 메종 글래드 제주에 입점한 메종 드 쁘띠푸르 연동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Q 제주에 빵집 낸 계기는
A 2008년 제주관광대학교 제과제빵학과에 특강을 왔어요. 그때 묵었던 숙소가 ‘이레하우스’라는 곳이었는데 숙소 사장님이 지하 1층에 빵집을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레 브랑제리’라는 빵집을 오픈하면서 2009년 사업자 내고 아예 제주에 정착을 했죠. 처음엔 다들 망할 거라고 했어요. 제주에서 빵집을 오래한 한 사장님은 “3개월 안에 문 안닫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까지 말했죠. 당시 제주도에 ‘건강한 빵’ 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빵집이 별로 없었어요.
메종 드 쁘띠푸르는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이레하우스에서 나온 김 대표는 1980년에 시작한 일본 유명 제과점 ‘메종 드 쁘띠푸르’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만의 빵집 브랜드를 열었다. “일본 메종 드 쁘띠푸르 오너셰프와는 의형제 사이입니다. 이름을 써도 되겠느냐고 허락받고 브랜드를 가져왔어요.” 메종 드 쁘띠푸르는 프랑스어로 ‘작은 화덕이 있는 시골집’이라는 뜻이다.
제주도민들만 알고 있던 메종 드 쁘띠푸르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이효리와 정준하 때문이다. 제주에 정착한 이효리가 직접 빵을 사러 온다고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정점을 찍은 건 2014년 맛집 소개 프로그램 식신로드에 나오면서부터다. 식신로드 방송이 나가고 한달동안 3억 넘는 매출을 올렸다.
메종 드 쁘띠푸르에서 판매하는 빵과 케이크는 약 200종에 달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메종 드 쁘띠푸르에서 판매하는 빵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현재 판매하는 빵과 케이크는 200종에 달한다. 직영점 7곳 다 합쳐 정식직원만 50명, 3분의 2가 빵을 만드는 셰프다.
코로나 전 김 대표는 1년 최소 14번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유럽도 1년에 두 번 정도는 꼬박꼬박 다녔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빵을 배워와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꾸는 과정을 거쳐 신제품을 개발했다. 근속한 직원은 해외 연수도 보내고, 유명 셰프를 초청해 기술 교류도 한다.
Q 메종 드 쁘띠푸르 빵이 특별한 이유가 뭘까요.
A 13년동안 한 업체랑 거래하고 있어요. 빵은 밀가루가 기본입니다. 프랑스산 밀가루, 국내산, 일본산 등 제품에 따라 다른 밀가루를 씁니다. 달걀은 조천에서, 감자는 구좌, 당근은 세화 등 제주산 특산품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빵에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요. 화학첨가물을 넣으면 한 달 지나도 곰팡이 안 생기는데 저희 빵은 3일 만에 곰팡이가 핍니다. 이런 손님도 있었어요. 매번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빵 사러오는 손님인데요. 남편이 위암에 걸려 요양차 제주도로 왔대요. 남편분이 저희 집 빵만 먹는대요. 우리 것은 먹어도 탈이 안 난다고.
김 대표는 당일 만든 빵은 당일에만 판매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남는 빵은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13년 째 계속 해온 일이다.
그날 만든 빵은 그날에만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김용봉 대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Q 제주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몇개 매장을 운영하시나요.
A 제주에만 4곳, 이천과 전주 그리고 서울에 가게가 있습니다. 7곳 모두 직영점이죠.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이천점이고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건 작년 12월 15일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1층에 오픈한 연동점입니다. 오픈한지도 얼마 안 됐고 홍보도 별로 안했는데 메종 글래드 제주점 12월 매출이 7000만원 넘게 나왔어요. 최소 6월 후면 가게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것 같아요.
메종 드 쁘띠푸르 연동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7개 지점마다 대표 빵이 다르다. 연동점에서는 케이크랑 샌드위치가 인기다. 이천점 같은 경우 쌀빵이 많고 제주는 제주 특산품 이용한 빵이 많다. 가장 빵 종류가 많은 건 본점이다.
Q 김용봉 대표님이 추천하는 빵은?
A 제 시그니쳐 제품은 홍차밀크잼하고 고베식빵입니다. 빵은 기본이 제일 중요해요. 고베식빵 같은 경우 달걀 안 들어가고 설탕과 버터는 소량으로 사용합니다. 밀가루와 우유, 연유를 넣죠. 1차 발효만 3시간 2차 발효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걸려요. 보통 1차 발효 1시간, 2차 발효 1시간 총 2시간 발효하죠. 구좌감자빵은 타피오카가 아닌 감자분말을 사용합니다. 사과·맥주·생감자로 천연발효종을 만들고 감자 분말로 반죽합니다. 100% 제주산 감자분말로 만듭니다.
김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목표를 물었다.
해외 진출입니다.
프랑스 진출이죠.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주목받고 있잖아요.
K-팝, K-드라마 등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해외로 나가 우리 빵도 알리고 싶어요.
개인제과점 최초로 동남아 진출도 하고 싶어요.
홍지연 여행+ 기자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