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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는 왜 끈적거리나 [월가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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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의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의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며 두어번의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기준금리를 5% 가깝게 올렸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를 두고 ‘코로나19’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 테크기업이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흡수하는 대기 수요가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어 결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CNBC와 미국 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대기업들은 10만3000개 일자리를 삭감했지만 다른 한켠에선 51만7000개 자리가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로 생겨난 일자리(농업 제외)는 대부분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일 당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던 레스토랑과 호텔 등 서비스 부문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상승, 그에 따른 경기침체는 미국 테크기업의 대량해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피고용인 입장에선 대기업에서 해고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업 수요가 워낙 많아 이직이 원활하다. 사회적으론 대량 해고에 따른 단기적 사회 충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고를 발표한 기업들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이 손꼽힌다.

코로나19가 남긴 이상한 유산

(서울=뉴스1) =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22일(현지시간)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뉴욕주 전체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22일 미국의 대형마트 중 하나인 ‘코스트코’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쿠키뉴스 제공) 2020.3.23/뉴스1
(서울=뉴스1) =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22일(현지시간)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뉴욕주 전체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22일 미국의 대형마트 중 하나인 ‘코스트코’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쿠키뉴스 제공) 2020.3.23/뉴스1

JP모간자산운용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이 모든 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생긴 ‘이상한 유산(legacy of weirdness)'”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가 높아졌는데도 합리적 기대에 따라 경제가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한 모습으로 버티는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기적인 구조개편과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견고한 실업률과 달리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끈적이는 탓에 연준이 고금리를 지속할 경우 먼저 일자리를 잡지 못한 극빈층이 연쇄 파산할 수 있다. 중상위권 일자리에서 밀려나 서비스분야로 뛰어든 계층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늘고있긴 해도 실질이자율만큼 가파르게 늘지 않아서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레저 및 숙박업 근로자 임금은 1월에 시간당 20.78달러로 지난해 19.42달러보다 늘었지만 최근 물가상승률을 상쇄하기엔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산층 가계는 붕괴될 수 있고, 경쟁력이 떨어진 서비스 기업은 임금상승률을 견디지 못하거나 직원이 없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데이비드 켈리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하다는 현재의 분석은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강하다는 표현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테크 기업들이 당장은 인원감축에 그치지만 곧이어 비용 삭감에 나서 출장비나 접대비 지출을 줄이기 시작할 경우 서비스 산업에 대한 후유증도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산업 및 노동시장 재편…기술보단 제조 숙련도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전경.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전경.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미국 대기업들의 감원 형태를 보면 최근 산업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아마존은 최근 1만8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 회사 임직원이 154만명임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마존은 2019년 말 70만명대 기업이었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배달업의 대호황을 맞아 3년 만에 사이즈가 두 배가 됐다. 그러나 아마존의 기술이 더 발전해 이들이 지향하는 무인택배나 무인 물류가 시작될 경우 최근 늘어난 수십만명의 고용은 부메랑처럼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명을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전체 직원수(22만1000명)에 비하면 5% 수준이다. 아마존과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는 14만4000명에서 7만7000명이 늘었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고용인원에 비하면 비교적 큰 편의 해고를 기획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당장은 개발수요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마이클 거펜 BOA 연구원은 “기업들이 과거 기술개발을 위해 (고용을 포함한) 비용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기업은 인원을 슬림하게 줄여가고 있지만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호황을 맞은 일부 제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컨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경우 올해만 1만여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 고용인원은 제조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 국한하고 있고, 인사 및 재무 부서에서는 2000명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는 올해 1만5000명을 더 고용할 계획인데, 다른 레스토랑과는 대비된 모습이다. 지역이나 산업 간, 동종업계 내에서도 호황과 불황의 명암이 분명한 셈이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는 지난 1월 실적발표에서 “사람을 못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제조 수준에 맞게 교육하고 준비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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