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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먹‘게’? 겨울 끝자락 울진으로 떠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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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울진대게 200% 맛있게 먹는 팁

4년 만에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맛과 영양이 풍부한 대게는 겨울철 별미다. ‘대게’하면 영덕대게를 떠올리기 쉽지만, 잡힌 항구도시에 따라 원산지 개념으로 이름을 붙일 뿐 모두 같은 대게라고들 한다. 바닷속에서 놀던 대게가 영덕으로 가면 영덕대게가 되고 울진으로 올라오면 울진대게가 된다는 식인데 검증해본 건 아니다. 1930년대 교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절 서울, 대구, 포항 등 대도시로 해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에 집하돼 각지로 반출했기 때문에 ‘영덕대게’로 오래 불려왔다.

울진대게 원조마을.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울진은 유서 깊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는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고 전한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전해진다.

울진에는 ‘게알’에서 유래된 ‘거일’이란 마을이 있다. 게의 사투리인 ‘기’와 ‘알’을 합쳐 ‘기알리’라고 부르다 ‘거일리’로 부르게 됐다. 울진의 왕돌초 주변해역에서 건강하고 싱싱한 대게가 많이 잡히고 있다. 울진 상인들은 “영덕 강구에서 파는 대게는 바가지가 심하다. 울진도 아예 없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덜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울진 사람의 주장일 뿐 영덕 상인의 생각은 많이 다르리라.

후포항에서 열리는 대게 경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대게를 잡게 돼있지만 그땐 살이 많이 안 차 어민들이 자율관리를 해 한달 연장한 12월 1일 오전 3시부터 일제히 그물을 친다. 설 전후로 맛이 들기 시작해 바로 지금이 제일 맛있을 시기다. 4월까지 잡을 수 있지만, 3월이면 다 잡았다고 생각해 그물을 철수한다.

대게를 즐기기 최적의 시기인 2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앞두고 울진을 찾았다. 쫄깃하고 담백한 풍미의 대게를 모처럼 실컷 보고 먹고 왔다. 올겨울 아직 ‘대게 맛여행’을 포기하긴 이르다. 제철 맞은 대게, 울진에서 200% 즐기는 팁을 소개한다.

01

아는 만큼 맛있다

울진대게홍보전시관

울진대게홍보전시관 전경.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대게의 ‘대’자가 ‘크다(大)’가 아닌 ‘대나무’의 ‘대’라는 걸 몰랐던 초보자라면 대게를 맛보기 전 울진대게홍보전시관에서 미리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전시돼 있다. 대게 스탬프 찍기와 대게잡이 어선 조립하기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체험 요소들도 많다.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체가 훨씬 작아 찐빵만하다고 해 ‘빵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홍게’라고 알려진 붉은대게는 대게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붉은대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으로, 연안에서 잡히는 대게와 달리 심해에서 잡힌다. 붉은대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울진대게홍보전시관 내부 모습.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대게 맛있게 먹는 법’, ‘싱싱한 대게 고르는 법’을 잘 알아두자. 팁을 몇 개 소개하자면 대게를 고를 때 배 부분이 단단하고 각질이 노란빛을 띠는 것이 좋다. 배가 물렁하면 살 대신 물이 차있을 가능성이 크고, 각질이 노랗고 손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연해야 영양이 풍부하다. 대게는 살아있는 채로 찌면 대게가 찜통 안에서 몸을 비틀어 다리가 떨어지고 몸 안의 게장이 쏟아져 나오니 미지근한 물에 담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쪄야 한다. 물에 삶지 않고 찜통 안의 김으로 쪄야 하며 반드시 배가 위쪽으로 오도록 얹어야 한다.

02

겨울 울진여행의 이색 볼거리

후포항

대게 경매가 열리고 있는 후포항 모습.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울진군 최남단에 있는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대게잡이 항구다. 대게가 살이 오르는 대게철,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몸통 세로 길이가 9㎝가 안 되거나 암컷을 잡을 경우 다치지 않게 방생해줘야 한다. 수협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판매에 부적합한 대게가 깔려있을 경우 제지하는 걸 볼 수 있다. 보통 다리 한 개가 떨어진 것까지는 정상으로 판별하고 있다. 떨어진 다리들끼리 한데 모아 다리 수가 부족한 대게에 한 개씩 넣어 함께 포장한다고 한다.

바닥에 깔려 있는 대게들. 배를 위로 향하게 누워 있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8시경에는 대게가, 9시경에는 붉은대게가 어판장 바닥에 가득 깔린다. 하얀 배를 위로 향하게 해 대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사를 둘러싼다.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난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가고 대기했던 대게들이 다시 어판장 바닥에 깔리기를 반복한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03

뭐가 다를까?

달달 울진대게 vs 짭짤 붉은대게

싱싱한 붉은대게와 울진대게를 맛볼 수 있는 ‘왕돌회수산’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 오른 대게 맛을 보기 위해 후포면의 한 식당을 찾았다. 후포항 경매장에서도 만난 ‘왕돌회수산’ 사장은 “대게로 다양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지만, 담백하게 푹 쪄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며 “성인 1인당 한 마리씩 먹으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울진 특산물 강도다리와 함께 즐기는 대게와 붉은대게.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1/3 정도만 자르고, 양손으로 잡고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간혹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내용물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살이 꽉 차 껍질에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울진대게는 단맛이 많이 나 아이들이 좋아한다. 빈 게딱지에 김과 참기름 등으로 고소하게 양념한 밥에 매운탕 국물 몇 숟가락 얹어 함께 비벼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다.

붉은대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해 대게에 비해 값이 싼 편이다. 대게와 맛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울진대게가 부담스럽다면 붉은대게도 훌륭한 선택지다. 따로 양념 없이 먹어도 간이 배있고, 함께 나오는 게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04

4년 만에 돌아온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울진 죽변해변.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축제에선 다양한 대게 주제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메인무대인 왕돌초 광장에서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 대게 주제 상설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될 예정이다.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시식도 가능하다. 2월이 가기 전 국내 대게 생산량 1위 울진에서 대게를 오감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지.

울진(경북)= 강예신 여행+ 기자

여행플러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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