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기각땐 카카오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 제기
주가 오르며 공개매수 초반부터 난항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홍유담 기자 = SM(에스엠) 주가가 급등해 하이브[352820]의 공개매수가(12만원)를 넘으면서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가 난항에 부닥쳤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항 공개매수’ 등 맞불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그 전이라도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 매수가를 인상할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하이브는 매수가 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는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흥행과도 비교되는데, 공개매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카카오 대응조치 주목…하이브는 “공개매수가 인상 없다” 입장 강조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공개매수를 포함해 SM 인수·합병(M&A)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 한 곳과 접촉 중이다.
카카오와 해당 증권사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매수 등을 검토해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가 가처분이 진행 중이어서 공식적인 의사를 못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며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고자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한 기타법인이 단일 계좌에서 장중 SM 주식 65만주(2.73%)를 순매수한 것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참전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12만원 이하에서 움직이던 SM 주가는 15일 4.97% 상승하며 12만원을 넘었고, 16일 7.59% 오르며 13만3천600원까지 치솟았다. 17일에는 1.36% 떨어졌지만 13만100원에 마감하며 13만원대를 유지했다.
카카오가 12만원 이상에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나설 경우 하이브가 기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자는 공개매수 공고일 이후에는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없다. 하지만 가격을 인하하는 게 아니라 인상하는 것이라면 종료일까지 매수조건을 정정할 수 있다. 매수조건을 정정하면 공개매수 종료일은 정정신고 제출 이후 10일까지로 늘어난다.
하이브는 이수만씨 지분 14.8%(352만3천420주)에 더해 이달 28일까지 소액주주 지분 최대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하이브는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개매수가보다 현재 주가가 더 높은 상황이지만) 공개매수 종료까지 현재 제안한 가격 그대로 변경 없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공개매수 단가를 높여 대항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SM의 기업가치가 하이브 측의 ‘주당 12만원’보다 높다는 의미”라며 “하이브는 공개매수 가격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권 분쟁 격화…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SM 경영권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은 우선 가처분 인용 여부에 쏠린다.
서울동부지법은 22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SM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심문기일을 연다.
이 전 총괄 측은 SM 경영진이 카카오에 제삼자 방식으로 약 1천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천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한 것이 경영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가처분 결과는 하이브의 공개매수일 마감(2월 28일) 이후와 카카오의 신주 발행일(3월 6일) 사이인 3월 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신주 발행이 취소되는 만큼 카카오의 인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나 카카오 모두 SM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지분 9.05% 없이 30%를 온전히 산다면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사야 하는데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인용되면 카카오는 사실상 하이브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했다는 전제 하에서 카카오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천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양사 중 하나가 SM을 인수하게 되더라도 공정위원회의 경쟁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 또는 매출액이 3천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상장 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는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시장 지배력을 획득해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등을 따져본다.
교보증권[030610]에 따르면 써클차트 기준 주요 엔터사별 작년 앨범판매량 비중은 하이브 26.8%, SM 19.1%, 카카오엔터 7.6%로 추정된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한다면 ‘초대형 1등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오스템임플란트와 달리 초반부터 난항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와 비교해 초반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에스엠[041510]과 오스템임플란트 모두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행동 대상으로 삼았지만, 공개매수 과정에서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MBK·UCK 연합의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되자 그간 ‘경영권 영향’을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매입해왔던 행동주의 펀드 KCGI는 거버넌스 개선이 기대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반면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에 따른 효과를 고려할 때 낮은 가격”이라며 즉각 반대 여론전을 펼쳤다.
치과용 제품·기술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와 달리 SM은 대형 아이돌들이 소속된 엔터기업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이 쏠려 얼라인 측의 주장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공개매수 성공 이후 상장폐지를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있지만, SM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공개매수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폐가 예정된 경우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높아질 유인이 많지 않으므로 투자자들이 손을 털고 나오는 것이 합리적인 반면 상장이 유지되면 이후 변수에 따라 주가가 이리저리 튈 수 있다.
최근 국내 M&A 가운데 공개매수가 쓰인 사례는 물론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인수합병 시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이용하면 한 번에 대규모 지분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지만, 공개매수의 경우 일반·소액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데다 그 과정에서 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생긴다는 약점이 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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