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크레디트에 유연석 이름 먼저 나와 뿌듯”
유연석, 출연료 자진 삭감에 유기견 입양도…”작품에 담긴 진심 전해지길”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개들이 많이 있으니까 시선을 너무 많이 뺏겨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뭐 ‘개판’이었죠. (웃음)” (차태현)
“바닷가 장면에서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강아지들이 땅 파는 거밖에 안 보였어요. 너무 귀엽더라고요.” (유연석)
배우 차태현과 유연석이 강아지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멍뭉이’는 결혼을 앞둔 민수(유연석 분)와 사촌 형 진국(차태현)이 강아지 루니의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이달 16일과 17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난 차태현과 유연석은 시나리오의 힘에 이끌려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이 작품은 차태현의 6년 만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차태현은 “시나리오를 다 읽었는데 ‘뭐지? 끝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며 “억지스러운 반전이 있거나 설정이 과하지 않았고, 감독님이 마지막에 본인 강아지 이름과 함께 ‘이 아이에게 바친다’고 써두신 부분도 신선했다”고 회상했다.
유연석은 “팬데믹 전이라 큰 예산의 대작이 많았었는데 그 와중에 ‘멍뭉이’라고 적힌 이 대본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느끼고 나니까 대본을 못 놓겠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 아이들(강아지들)을 내 욕심과 속물적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것은 아닌가 싶더라고요. 감독님과 대화 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어요. 계산하지 말고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에 집중해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유연석은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는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출연료도 자진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카메오로 나오시는 배우분들까지 그런 것으로 안다”며 “진짜 좋은 마음으로 뭉쳐서 만든 영화”라고 겸손을 보였다.
극 중 사촌 형제로 나오는 두 사람은 루니의 새 반려인을 찾기 위해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긴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루니 하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유기견들이 여정에 계속해서 합류한다. 두 인물은 결국 총 여덟 마리의 강아지와 제주도로 향한다.
유연석은 촬영 3개월 전부터 루니 역을 맡은 견공과 자주 만나 교감을 나눴다고 했다.
그는 “훈련으로 되지 않는 감정 표현을 위해서는 서로 유대를 쌓을 수밖에 없다”며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고,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도 루니가 있는 방에 가서 간식도 주고 쓰다듬어줬다”고 말했다.
차태현도 “촬영 전 훈련소에 가서 애들과 계속 만나며 친밀감을 쌓았다”면서 영화에서 가장 많은 연기 호흡을 보여줬던 강아지 ‘토르’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캐스팅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처음 봤을 때 숨 쉬는 소리가 너무 크더라고요. 그 견종 자체가 그렇다고는 하는데 살이 쪄서 좀 더 그게 심한 편이라는 거예요. 소리가 너무 크면 연기할 때 노이즈(소음)가 너무 들어가니까 다이어트를 시켜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캐스팅됐죠. (웃음)”
이 작품은 두 사람이 드라마 ‘종합병원 2′(2008)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다.
차태현은 “연석이도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며 유연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석이가 너무 잘된 다음에 만나게 됐잖아요. 내가 키운 자식도 아닌데 엄청 뿌듯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웃음) 신임 감독님이나 배우분들하고 작품을 하면 그런 부분이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이제는 연석이 이름이 저보다 (크레디트에) 먼저 나오는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워요.”
유연석도 ‘종합병원 2’ 촬영 때 실제 찍었던 사진을 이번 작품에 소품으로 활용했다고 밝히며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서로 친해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마운 부분이 많았던 형이에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 실수투성이일 때 드라마에서 만난 형이어서 고마움이 크죠. 이번에 이렇게 인연이 돼서 만나 너무 반가울 따름이죠.”
2020년 촬영을 시작한 ‘멍뭉이’는 팬데믹으로 개봉이 여러 차례 미뤄진 끝에 내달 1일 관객을 만난다.
차태현은 전날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개무량하다”고 개봉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1년 전부터 개봉일을 잡았다가 바꿨다가 했어요. 요즘 많은 작품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가기도 해서 개봉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참 다행이죠.”
이번 작품을 촬영한 뒤에 유기견 ‘리타’를 입양했다는 유연석은 “독립해서 혼자 산 뒤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용기를 내게 됐다”며 “‘멍뭉이’가 저한테 그랬듯 다른 분들께도 긍정적 영향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저 바라는 건, 한 분이라도 더 저희 영화를 보시고 작품이 주려는 메시지와 진심을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현실적인 딜레마 때문에 아이들을 포기하려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 마리라도 안타까운 일을 맞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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