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4대륙 여자 싱글 우승
(영종도=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14년 만에 정상에 오른 이해인(18·세화여고)은 ‘피겨여왕’ 김연아(은퇴)의 조언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해인을 비롯한 피겨 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1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10.84점으로 1위를 차지한 이해인은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건채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4개 대륙 선수들이 경쟁하는 4대륙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우승한 건 2009년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해인은 1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ISU 시니어 메이저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해인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이) 묵직하다. 이번 대회는 내가 올 시즌 가장 출전하고 싶었던 대회 중 하나라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쇼트 프로그램 때는 조금 떨었지만, (이)시형(고려대), (경)재석(경희대) 오빠가 응원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긴장을 안 하려고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6위에 그쳤던 이해인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스스로는 1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이게 진짜인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꿈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초반 ISU 챌린저 시리즈 때만 해도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던 이해인은 시즌을 치르며 점프 구성을 바꿨는데, 이 점이 우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뛰지 않았지만,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을 실수 없이 처리해 수행점수(GOE)를 차곡차곡 쌓았다.
이해인은 “점프 구성을 바꾼 게 큰 도움이 됐다. 물론 트리플 악셀도 중요하지만, 트리플-트리플 점프들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자신 있게 잘 되고 실수가 많이 없어질 때 트리플 악셀을 넣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대회가 고지대에 열리는 만큼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고산지대 특별 훈련’을 한 것과 김연아의 특훈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넘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연아 언니가 강약 조절을 하면 프로그램이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셨다. 시선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보완하려고 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노력 끝에 마침내 정상에서 기쁨을 만끽한 이해인은 이제 제104회 전국동계체육대회와 다음 달에 열릴 ISU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이해인은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 메달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라며 “이번 대회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세계선수권 때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드리고 메달을 기다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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