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종료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환율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210원대까지 하락했다가 6일 1240원대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엔·달러 역시 132엔대까지 치솟아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시장의 기대와 Fed 인식 사이 괴리가 큰 만큼 외환시장은 당분간 큰 변동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8.1원 오른 1247.5원에 개장했다. 이후 1240원 중반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환율은 지난 2일 하루 만에 10원 이상 급락하며 장중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1216.4원까지 떨어졌으나 2거래일 만에 다시 1250원 가까이 올라 30원 안팎의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은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Fed의 긴축 종료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51만7000개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를 세배 가까이 웃돌았다. 실업률도 3.4%로 떨어져 54년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5일(현지시간) 103.13까지 오르며 강세다. 달러인덱스가 103선까지 오른 것은 지난달 11일 이후 약 한달 만이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132.48엔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는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지난해 역대급 약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달러 흐름에 따라 역시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외환시장은 당분간 이같은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Fed의 통화정책 방향을 현 시점에서 섣부르게 예단하기 힘들고, 시장과의 인식 차이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지난주 Fed의 0.25%포인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 완화와 경기침체를 이유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제기한 바 있다.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달한 만큼 달러 약세를 기대하고 있으나 기대와 달리 긴축 행보가 길어지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지난 2일 시장상황 점검 회의에서 “Fed와 시장간 인플레이션 및 정책 경로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며 “앞으로 기대 조정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면서, 인플레이션은 다소 완화됐다고 언급하는 등 다소 이중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차기 총재로 초완화적 금융정책을 설계한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은 2~3회 인상 후 마무리 될 것이라 보였던 Fed의 금리 사이클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위험선호 심리 위축에 의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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