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11 소방서에 긴급 구조요청이 울렸다. 소방대원은 미국 콜로라도주 프리스코의 스키장에 출동했지만 긴급한 상황은 없었다. 구조신호를 보낸 당사자는 즐겁게 스키를 타고 있었다. 놀이공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폰14를 가방에 넣고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충돌 감지 기능이 자동 작동해 구조대가 출동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4 시리즈에 탑재된 ‘자동충돌 감지 기능’이 실제 사고가 아닌 경우에 오작동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소방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플이 개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허위호출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이폰 14’와 ‘애플 워치’의 허위 911 신고 사태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4의 ‘자동충돌 감지 기능’으로 911 허위 신고가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잘못된 신고 중 거의 대부분이 애플 기기들로부터 들어오는 자동 신고라는 게 뉴욕타임스가 전한 긴급신고센터 관계자들의 얘기다. 안드로이드 기기로부터 이런 잘못된 자동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실제 미국 콜로라도 서밋 카운티의 911 신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트리나 덤머는 온종일 충돌 알림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트리나 덤머는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185건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그는 “(아이폰 14의) ‘맹공격’이 911 신고센터를 무감각하게 만든다”면서 “실제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스키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는 스마트폰 소리를 못 들어 긴급신고 전화가 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긴급신고센터 근무자는 상대편의 반응이 없는 전화 통화가 어떤 상황인지 알 방법이 없어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있거나 현장에 출동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실제 긴급상황에 대처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이 센터를 포함한 여러 긴급대응 기관은 이런 문제를 애플에 알렸고, 애플은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애플이 아이폰 14 시리즈와 애플워치8 시리즈에 도입한 충돌 감지 기능은 센서 데이터 조합을 사용해 잠재적 충돌을 평가한다. 충돌을 감지하면 화면에 10초 동안 경고가 뜬다. 사용자가 이 경고에 반응이 없으면 휴대폰은 응급신고센터에 ‘이 기기의 사용자에게 심각한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음성메시지를 보내고 위치정보 시스템(GPS)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지정해둔 긴급 연락처가 있을 경우 그곳으로도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아이폰 14의 ‘자동충돌 감지 기능’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911 신고가 감소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데다가 모든 사용자가 업데이트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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