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면담을 위해 한 자리에 마주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전장연은 오 시장에게 서울시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발표하며 13일까지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전장연은 지난 2일 오후 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공개 단독 면담을 했다. 이날 면담에는 오 시장,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참여했다.
먼저 발언권을 얻은 오 시장은 “많이 기다렸는데 뵙게 돼 반갑다. 환영한다”라며 인사를 건넨 뒤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단순, 명확하다. 부탁하기 위해 뵙자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고, 박경석 대표님도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말씀하신 걸 봤다. 더 이상 지하철 세우거나 부탁하려고 뵙자고 했다”라며 만남의 취지를 소개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 대표는 “과거 서울시가 먼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사과 역시 한 적이 없다”라며 지적했다.
박 대표의 얘기를 들은 오 시장은 “전장연의 주장이 다 옳다고 쳐도 그걸 관철하려고 왜 지하철을 세우냐”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은 “정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하철 운행을 84번 지연시킨 것은 중범죄”라며 “그런데도 경찰은 전장연 시위자를 제대로 처벌 못 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평행선을 달리는 ‘탈시설’ 문제 또한 논의에 올랐다.
먼저 박 대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언급하면서 탈시설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그는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라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불러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실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경우 해석에 따라 취지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소요 예산만 보더라도 전장연의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24시간 활동지원 요구를 들어주려면 하루 8시간씩 3명의 근무자가 필요한데, 이 경우 돌봄비용만 월 1300만원, 연 1억 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24시간 붙여서 자립생활 하는 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이냐, 아님 활동보조 인력을 위한 것이냐, 아님 활동보조를 제공하는 단체를 위한 것이냐. 여러 의구심이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시가 더 전향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서울 외 다른 지역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앙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하철의 정시성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22년간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외쳤다.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으로 갔던 열차와 중증 장애인을 태우지 않은 열차, 이런 부분도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사회적 강자는 기획재정부”라며 “오 시장이 기재부에 ‘3월 23일까지 전장연과 만나 달라’고 말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양측간 면담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20분간 더 이어졌지만, 서울시와 전장연 모두 상대방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은 채 대화를 마무리했다.
면담 후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 만난 박 대표는 이번 면담에 대해 “면담만으로는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앞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며 “(장애인 권리 문제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면담 다음 날인 3일 전장연은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에게 △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서울시가 요청할 것 △2024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안에 대해 3월 말까지 입장 제출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서울시와 기재부의 답변을 기다리며 2월 13일까지 지하철 탑승을 유보한다”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