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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 아니라 중국설” 격분하는 중국인들 왜…”강화된 민족주의”

아시아경제 조회수  

‘음력 설’, ‘중국 설’ 논쟁의 배경에 중국 내 민족주의 고조와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중국 설이냐 음력 설이냐, 누구에게 묻느냐에 달렸다”라며 최근 설의 영어 표현을 둘러싼 갈등을 조명했다. 지난 설 명절 당시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설(Chinese New Year)’ 표현을 고집하며 ‘음력 설(Lunar New Year)’ 표현에 반발한 이유에 강화된 민족주의 흐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음력 설’ 지지자들은 설이 중국에 뿌리를 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의례, 음식, 역사를 가진 고유의 명절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사 AP통신의 스타일북에서도 ‘중국 설’ 대신 ‘음력 설’ 표현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설이 중국의 태양 태음력을 바탕으로 했으며 동아시아 다른 국가에 대한 자국의 역사적 영향력을 강조하며 ‘중국 설’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영국박물관과 월트디즈니 등이 설 명절을 앞두고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 중국 누리꾼들이 몰려가 “음력 설이 아니라 중국 설”이라며 악성댓글을 남겨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국 대외 영향력 확대에 中 누리꾼 반발…”민족주의 고조”

다만 이처럼 논쟁이 격화된 배경에는 한국의 대외 문화적 영향력 확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박물관의 게시물에서는 한국 관련 행사 소개와 함께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설)라는 표현이 기재됐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달 21일 세계 각국의 기념일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설날(Sul Naal), 한국의 새해 명절”이라는 내용을 포함해 중국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한국인이 주도하는 ‘음력 설’ 표현은 중국 문화에 대한 서구 국가의 이념적 공격”이라는 글이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중국 춘제를 한국의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능한가”, “크리스마스도 ‘미국 크리스마스”, “독일 크리스마스’로 이름을 바꿔야 하느냐”는 반응이 표출됐다.

이를 두고 서호주대에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메기 잉 장 부교수는 CNN에 “최근 수년간 고조된 민족주의 흐름이 격렬한 반응의 잠재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웨이보 등 SNS에 퍼졌으며 많은 지식인과 학자, 페미니스트 등의 논평이 ‘애국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이러한 흐름이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속화됐다”면서 “청나라가 외세에 몰락한 ‘굴욕의 세기’가 민족주의의 바탕이 됐으며 이는 중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려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설 명칭 논란’이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과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을 반영한다며 “‘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택하는 것은 중국 이웃 국가들이 자신의 독립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CNN은 최근 수년간 한국과 중국이 김치·한복 등의 기원을 둘러싸고 불화를 빚었으며 정치적 의견 불일치, 경제적 보복,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여행제한 조치 맞대응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것이 갈등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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