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공단 공원화 위해 ‘민·관 유착’ 판단…”모범적 환수 사업” 반박
측근 ‘뒷돈’ 진실 공방도 계속…추가 조사 불발 시 구속영장 청구 관측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비리 의혹의 ‘정점’에 사업 추진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권력을 사유화한 검사 독재정권의 폭압’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 ‘1공단 공원화’ 공약 이행 방안 찾던 李…”대장동팀과 협업”
검찰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핵심 공약이었던 1공단 공원화를 위해 민간 사업자들, 이른바 ‘대장동팀’과 ‘협업’했다고 본다.
민관 합동 개발로 사업을 진행해 이들에게 개발 이익을 나눠주는 대신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승인·결재했다는 것이다.
1공단 공원화를 빌미로 사업권을 따낸 민간 사업자들은 ▲ 서판교 터널 개통 ▲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의 혜택 요구했으며 이는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승인 아래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장동팀이 출자자 직접 사용분으로 확보한 5개 필지의 분양 수익 역시 이 대표가 제공한 혜택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혜택의 명분이 됐던 1공단 공원화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장동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연·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대표가 1공단 전면공원화 시 민간 측이 부담해야 하는 4천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부분 공원화’로 계획을 수정하고, 일부 지역을 법조단지 부지로 선정해 결합 개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봤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1공단 공원화를 둘러싼 행정소송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가로막힌 대장동팀이 1공단 공원화와 대장동 개발을 분리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특혜 몰아주기’로 대장동팀이 총 7천886억에 달하는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이 성남시에 최소 651억원의 피해를 줬다고 보고 배임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장동팀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유착 관계를 통해 2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범행의 대부분은 ‘최종결재권자’였던 이 대표의 승인·지시에 따라 이뤄진 만큼, ‘공범’ 또는 ‘윗선’으로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모범적인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애초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추진했다가 성남시의회 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바꿔 개발이익을 일부나마 환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공사 본부장 등 공사 직원들이 민간업자들과 유착한 부분에는 “직원 일부가 오염된 것에 관리자로서 사과한다”면서도 “내 측근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 천화동인 1호 ‘숨은 지분’…측근 통한 정치자금 수수 의혹도
민간 사업자들의 배당금 가운데 이 대표의 ‘숨은 지분’이 있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의 배당금 428억원 가운데 ‘이 대표 측’에 약속한 몫이 있다고 의심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민간 사업자 배당 수익 중 일부를 나눠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에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포함됐다고 본다. 이 대표가 ‘내 지분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김만배씨의 제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승인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팔’인 정 전 실장이 이와 관련해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기소된 만큼, ‘몸통’ 격인 이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이 선거 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뒷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총 2억4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은 2013∼2014년 1억9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2021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8억4천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건네진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중 일부가 이 대표의 선거자금에 실제로 사용됐는지, 사용됐다면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천화동인1호의 숨겨진 지분 주인은 유 전 본부장 한 명뿐이라고 주장한다.
측근들의 ‘뒷돈’ 수수 의혹으로 연이어 기소된 것을 두고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며 두둔하고 있다.
◇ 추가 조사 두고 기싸움…’성남FC 의혹’까지 묶어 영장 청구 전망
검찰과 이 대표는 조사 시기와 횟수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당초 이 대표 측에 27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평일 당무가 바쁘다며 주말인 28일 출석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에 최소 이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년가량 이어진 위례·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정점’이자 각종 측근 비위 의혹도 제기된 터라 하루 안에 준비한 질문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러한 검찰의 요구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가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추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가 조사가 불발되면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조사에도 협조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신병 확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갖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데다, 현재 임시 국회 중이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려면 국회의 체포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민주당이 과반인 현 국회 상황에서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최근 송치·이송받은 ‘백현동 개발 의혹’까지 모두 수사한 뒤 이 대표에 대한 처분을 일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rauma@yna.co.kr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