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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주주 지배력 확대’ 인적분할의 비밀
② 동국제강·OCI 등 인적분할 기업 주가 하락… 주주들만 ‘분통’
③ 주주 눈치에 ‘물적분할’ 철회한 기업들, ‘인적분할’로 작전변경?
물적분할 등 회사 분할을 추진하다 주주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관련 계획을 철회한 DB하이텍과 풍산의 행보가 주목된다. 양사가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회사 분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점과 주주들의 반대가 물적분할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고려해 인적분할 추진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주 반대로 무산된 DB하이텍 ‘팹리스’, 풍산 ‘방산 부문’ 분사
DB하이텍은 지난해 하반기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 분할을 검토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팹리스 사업을 모두 다루면 핵심 사업인 파운드리 수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와 설계를 맡는 팹리스로 나뉜다. 팹리스 업체가 설계도면 등을 제공하면 파운드리 업체가 생산하는 구조다. 팹리스 업체들은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DB하이텍과 같이 팹리스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파운드리 업체에 일감을 맡기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
DB하이텍의 팹리스 사업부 분할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팹리스 사업부를 분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회사 분할 저지 활동을 펼쳤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을 결집한 뒤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DB하이텍은 소액주주 반대에 부담을 느껴 회사 분할 검토를 중단하기로 지난해 9월26일 결정했다.
풍산도 비슷한 절차를 겪었다. 풍산은 지난해 9월7일 이사회를 열고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풍산디펜스'(가칭)를 신설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결의했다.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고 전문화된 사업역량을 구축해 지난 10년 동안 정체해 온 매출을 반전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풍산은 물적분할 시행 후 방산 부문만의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마련해 풍산디펜스를 글로벌 50위권 방산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풍산은 물적분할 추진 발표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4일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소액주주 반대 의견이 거셌기 때문이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비영리 법인을 설립해 물적분할 반대 운동을 진행했다. 물적분할 반대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사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했고 회사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물적분할로 신설된 자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하는 등 정부의 주주 보호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경쟁력 강화 위해선 사업부 분할 필요한데… 인적분할 추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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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과 풍산이 주주들의 물적분할 반대로 각각 팹리스, 방산 부문 분사를 포기했으나 사업부 분할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DB하이텍이 사업부 분할 명분으로 세운 이해 상충 문제는 팹리스 부문을 떼어 내지 않는 한 상수로 남는다. 풍산도 서로 이질적인 신동 부문과 방산 부문을 분할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풍산은 지난해 말 현대로템과 2900억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산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업계는 DB하이텍과 풍산이 인적분할을 추진할 경우 사업부 분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소액주주 반발이 적은 영향이다. 물적분할은 신설회사 지분을 기존 모회사가 전부 갖지만 인적분할은 신설회사 지분을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0월 회사에 인적분할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물적분할에 반대할 뿐 (팹리스 부문) 분사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인적분할을 추진하면 분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풍산 소액주주연대도 회사 분할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되 추진 방식만 인적분할로 바꿀 것을 제안한 바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팹리스 부문 분사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한 만큼 회사 분할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팹리스 부문을 소유해 발생하는 이해 상충 문제는 차분히 풀어나갈 생각”이라며 “회사 분할 없이 현재 상황에서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풍산 관계자는 “지난해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이후 별도로 사업부 분할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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