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검은머리 외국인’도 동일인에 지정하는 방안을 재추진한다. 사실상 국내기업처럼 활동하는데도 외국국적을 보유해 규제를 받지 않는 사례가 있는 데다, 외국·이중국적을 가진 재벌 3~4세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대기업 집단기준도 자산총액에서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할 방침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동일인의 배우자라든가 동일인의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인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당장 진행하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놔둘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서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일인이란 공정거래법상 자연인 혹은 법인으로 간주하는 주주 1명을 말한다. 1987년 재벌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매년 5월 공정위에서 동일인을 발표하면 직급과 소유 지분이 어떻든 간에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일종의 ‘총수’ 개념으로 관련 규제 역시 동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공정위가 외국인을 동일인에 지정하려는 건 예측가능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의 정의를 따로 명시해둔 조항이 없다. 이에 2021년에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장이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한 기업임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일인 규제를 회피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시대상대기업집단, 자산5조 → GDP 연동방식으로
외국인을 동일인에 지정하려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의견을 관철해야 한다. 외교부는 국가 간 마찰을 이유로, 산업부는 FTA(자유무역협정) 규정 검토와 외국인 투자우려를 이유로 외국인 동일인 지정에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외국인이 대기업 총수로 지정되면 각종 신고와 자료제출 의무를 지고 사익편취 규제까지 받아야 해 외교·통상 절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논란에 대해 윤 부위원장은 “입법예고로 시행했다가 관계부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일단 중지하고 산업부랑 계속 협의해 왔다”며 “산업부가 동의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내용이 국제규범 등에 위배될 우려가 없도록 추진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환경변화를 고려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도 조정한다. 한국은 2009년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으로 설정해왔다. 이 기준을 ‘GDP’와 연동하거나 기준금액 자체를 올릴 방침이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과 정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은 현재 자산규모 총액 10조원에서 2024년 명목 GDP의 0.5% 이상으로 바뀐다.
이와 함께 내부거래 공시기준도 상향한다. 현행 공시대상 기준금액은 50억원 이상이거나 자본금 5% 이상인 경우다. 이를 100억원 이상 혹은 자본금 5% 이상(5억원 미만 거래 제외)으로 바꾼다. 공정위는 “대규모 거래에 시장 감시가 집중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현황 공시는 정보 효용성이 낮은 항목을 정비하고, 과도한 공시 주기는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분기마다 공시해야 하는 12개 항목 중 8개가 연도별 공시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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