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월세 하락 등으로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5일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 매매-전세 가격 연쇄하락에 이같이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택가격은 주요국 가운데 하락세가 비교적 일찍 시작됐으며, 하락 속도도 빠른 편이다.
가파른 금리상승이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최근 들어선 매매와 전세 가격 간 연쇄작용으로 주택 시장 부진이 더 심화하고 있다.
매맷값 하락과 거래 위축으로 누적된 매도 물량이 전·월세 매물로 전환되면서 전셋값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반대로 전셋값 급락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저가 매도물량을 늘려 매맷값을 더 낮추고 있다.
한은은 “실증분석 결과 ‘전세→매매’ 경로는 국면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작동하나 ‘매매→전세’는 주택가격 조정기에 더 큰 폭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 등의 신규 입주 물량이 늘고, 갭투자 임대계약 만기도 도래하면 전세 시장의 안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향후 매매 거래가 활성화되고 전세 매물 출회가 줄면서 전셋값이 다소 안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은 만큼 국내 소비 여력은 다소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부실화된 가계의 차입 능력을 제약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이후 축적된 가계 저축이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으나 이자부담 증가와 실질구매력 저하는 소비 약화 요인이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서 완만한 증가 흐름을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가계의 소비여력 저하, 주택가격 하락 등을 고려할 때 회복 모멘텀은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