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 CCTV(폐쇄회로TV)에 찍힌 지게차의 모습 /사진제공=한국안전보건공단 |
2022년 11월 어느 날, 경기도의 한 주물형틀 공장.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직원들은 간단한 조회 후 오전 9시 각자 맡은 일을 시작했다.
모래를 이용해 주물형틀을 만드는 이 공장에는 항상 모래 먼지가 가득했다. 이 때문에 지게차 운전석의 앞뒤 유리창은 늘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 속에서 근로자들은 완성된 주물형틀을 식혀서 지게차로 옮긴 뒤 겉면의 모래를 제거하고 틀의 표면을 반들반들하게 만드는 그라인딩 등의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전 10시25분쯤 외국인 근로자 A씨가 익숙한듯 지게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지게차에 주물형틀을 실은 A씨는 평소하던대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이때 용접공 B씨는 주물형틀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을 하다 잠시 쉬기 위해 작업하던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B씨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미처 지게차가 후진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만 부딪혀 병원 이송 중에 숨지고 말았다.
당시 지게차엔 후진등이 켜졌고 후진 경보기에선 77데시벨 수준의 경보음이 나왔다. 이는 철로변이나 지하철에서 들을 수 있는 크기의 소음이지만 이 공장에서 일하는 B씨에겐 일상적인 소음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게차를 운전하는 A씨도 후진 방향에 있는 B씨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A씨가 먼지로 뒤덮힌 지게차 운전석의 뒤쪽 유리창을 닦고 고개를 돌려 후진 방향을 직접 확인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이 재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먼지로 뒤덮힌 지게차의 후면 유리창”이라며 “유리만 닦았어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건설현장에선 지게차 운행을 돕는 작업지휘자나 유도자 등을 배치하는 경우가 늘어가는 추세다. 공단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선 유도자 배치가 늘어가는데 제조업 공장 등 건물 내에서 지게차나 화물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유도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공정의 효율성만을 극대화한 작업 동선도 안전을 위해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사업장은 지게차 등 기계장비의 이동 동선과 공정 작업자의 동선이 겹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보다는 제품 생산을 위한 최적화된 동선이 무엇이냐는 고민에 따라 구성된다. 공단 관계자는 “대다수 사업체가 작업 위주로 동선이 설계돼 있다”며 “비좁은 공간에서 동선 분리 등을 실행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후원: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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