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른바 ‘빌라왕’ 등 전세 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파악한 상위 30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의 지역별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737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 전 지역 사고의 41%를 차지한다. 사진은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2023.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이 집중된 서울과 인천의 빌라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보증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전세를 꺼리면서 전세 시세도 급락세다. 서울은 18개월만에 빌라 전세가격지수가 100 밑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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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02.7을 최고점으로 5개월 연속 하락해 12월 100.8을 기록했다. 하락폭도 매달 확대돼 8~9월 -0.1%p 뒤로 밀린 이후 10월엔 -0.3%p, 11월과 12월엔 각각 -0.5%p, -0.9%p씩 하락했다.
서울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도 지난해 7월(102.3)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해 12월 100.4로 하락했다. 특히, 40대 빌라왕 김씨를 비롯해 이른바 ‘꾼’들의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한 화곡동이 포함된 서울 서남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서남권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유일하게 100이하로 떨어졌다. 서울 서남권은 지난해 5월부터 매매가격지수가 빠져 일찌감치 하락세로 전환했다.
빌라왕이 주목한 또 다른 지역인 인천의 하락세도 눈에 띈다. 인천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 103.2에서 지난달 100.3으로 2.9p나 낮아졌다. 전국에 1139채를 보유한 김씨는 인천 미추홀구에만 180채의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를 무더기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인천은 빌라 전세가격의 약세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서울의 연립·다세대 전세가격지수는 99.3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 2021년 6월 이후 18개월만에 처음이다. 서울 전역의 전세가격지수가 100이하로 떨어진 가운데 화곡동이 포함된 서남권이 98.6으로 가장 낮았다. 인천도 100.5로 전국 평균(100.8)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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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이 갭 투자”…인천 오피스텔 전세 하락폭 전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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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2021.9.15/뉴스1 |
이런 가운데 인천은 오피스텔 전·월세 하락폭도 전국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달 인천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7% 하락했다. 전국 최대 하락폭이다.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39%, 수도권은 0.38% 하락했다. 인천은 지난달 월세가격지수도 0.28% 하락해 전국(-0.06%) 평균 대비 하락폭이 컸다. 수도권의 하락폭(-0.07%)과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보증금을 떼일지 걱정하는 세입자들의 오피스텔 주소 검색량도 급증세다. 부동산 거주 리뷰·평가 플랫폼 집품을 운영하는 넥스트그라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지역의 오피스텔 주소 검색량이 243% 급증했다. 인천시에선 구별로 남동구가 35%로 검색량이 가장 많았고, 부평구가 24%로 2위를 기록했다. 빌라왕 전세사기가 집중된 미추홀구는 13%로 3위를 차지했다.
집품 관계자는 “인천 지역의 오피스텔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깡통전세,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증금 문제가 있던 나쁜 집주인의 집인지, 보증금을 잘 돌려받았는지에 대해 후기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집품에는 인천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가 “빌라왕 20대 A가 갭투자했던 집임. 절대 안심하지 마세요. 안 당해 보면 모릅니다. 진짜 골머리 엄청 아픕니다. 다른 분은 이런 피해가 없길 바랍니다”라는 리뷰를 올렸다. 넥스트그라운드 관계자는 “이사 갈 집의 거주 후기를 통해 악성 임대인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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