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차대행 업체가 이른바 ‘꼬리물기’ 수법을 써서 주차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기 행각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됐다. 유료주차장에서 차량 12대가 나갔는데 주차비 합계는 ‘0원’이었다.
19일 KBS는 남의 건물 유료 주차장에 차량을 여러 대 주차했다가 주차비를 내지 않고 빠져나가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건 공항에서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사설 주차대행 업체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차량 십수대가 줄줄이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승합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나오자 다른 차들이 바짝 붙어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차단기가 내려오려고 하자 앞차와의 간격을 줄이며 따라붙었다. 이렇게 총 12대가 세트로 주차장을 나왔다.
이렇게 차량 12대에 부과된 주차료는 ‘0원’이었다. 맨 앞 차량에만 주차비가 부과되는데, 그나마도 입차한 지 30분이 안 된 ‘회차’ 차량을 앞세워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수법을 썼다. 차단기가 완전히 내려오기 전 앞차에 바짝 따라붙으면 출구 감지기가 여러 대를 ‘한 대’로 인식하는 원리를 악용한 것이었다.
사설 주차대행 업체는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능숙하게 ‘꼬리물기’를 하면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더 큰 문제는 이 범죄가 차량 소유주와는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모르는 차량 소유주는 자신의 차가 범죄에 이용된 것을 몰랐기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날 외에도 이런 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선두 차량은 회차 차량, 뒤차는 장시간 주차된 차량을 뺐다. 특히 김포공항 근처 한 빌딩에서 이 같은 범행은 수백 차례 반복됐다. 관리인 측은 두 달이 지나서야 이를 알았다.
피해 주차장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김포공항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꼬리물기 출차 수법이 적발됐다. 지난해 경찰이 주차 대행업체 한 곳을 적발해 사기 혐의로 송치했지만,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었다.
사람이 따로 없는 무인 주차장이 늘면서 이 같은 사기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차 시스템을 만든 업체에서는 차량 감지기가 꼬리물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기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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