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위치한 악성임대인(속칭 ‘빌라왕’ 등)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입자 A씨는 재작년 1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를 전세계약 했다. 계약 한달 후 중개사에게 서류를 받으려 연락했다가 집주인이 변경된 사실을 알았다. 임차기간 중 보일러 수리 등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잘 닿지 않아 갱신거절을 통보했고 보증금을 반환 받으려던 중 집주인이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집주인은 ’20대 빌라왕’으로 알려진 송씨였다.
빌라왕 사태를 비롯해 대규모·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 가운데 다수는 집주인이 임차기간 중 변경된 사례다. 세입자가 계약 체결 전 아무리 집주인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도 전세를 사는 중에 집주인이 자기도 모르게 바뀌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세입자에게 집주인 변경 사실을 고지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정부는 이달 중 신축빌라 시세와 위험매물 정보 등이 담긴 ‘안심전세앱’을 출시한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전세사기 대책’ 후속조치다. 오는 4월부터는 계약 후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없이 미납 국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계획이다. 계약 전에도 임차인이 요청할 때 집주인이 체납사실과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하지만 여전히 집주인이 임차기간 중 변경됐을 때 임차인을 보호할 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가영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1000건·2000건씩 터지는 전세사기는 대부분 임차기간 중에 자력이 없는 집주인으로 변경되는 사고들”이라며 “집주인이 바뀌면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의 정보를 알아도 사기를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약사항이 포함된 임대차계약서. /사진제공=한국공인중개사협회 |
현행법 상 집주인이 변경된 사실을 세입자에게 통보하거나 매매계약에 세입자를 참여시킬 의무는 없다. 작정하고 매매사실을 숨긴다면 세입자는 집주인이 변경된 것을 계약만료·갱신 시점이 돼야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열린 전세사기 피해임차인 설명회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집주인이 저당이 없고 권리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에 보증보험을 가입하려고 보니 집주인이 빌라왕 김씨로 바뀌어 있었다”며 “김씨는 HUG 블랙리스트에 등록돼있어 보증보험조차 가입이 거절됐다”고 토로했다.
임차기간 중 집주인이 변경되는 전세사기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임대인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임차인이 고지 받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국토부 합동TF에서 관련 제도 개선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 전까지 우선은 특약을 추가해 이같은 피해 사례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1일 ‘국민 재산 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를 열고 이달부터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특약에는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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