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반등 가능성도 높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재가 따뜻한 겨울 날씨에 묻혔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식탁 물가도 끌어내린다. 천연가스가 비료의 주원료로 쓰이기에 전체 농가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0.65% 오른 100만BTU(열량단위)당 3.69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가격으로 회귀한 셈이다.
100만BTU당 4달러 초반이었던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8월22일 9.6달러를 돌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과 유럽 등의
난방용 천연가스 공급 대란 우려가 커진 결과였다. 러시아는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1위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공급 우려와 별개로 천연가스 소비가 줄어든 것.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가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올 초 100만BTU당 4달러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전체 원자재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올 들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7.4% 떨어졌다.
천연가스의 수요는 줄고 재고는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내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 동기 보다 각각 23%, 21% 줄었다. 특히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율은 지난해 12월24일 기준으로 87.8%이며 5년 평균 재고율보다 14.8%포인트(p)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날씨, 전쟁 리스크 등의 불안 요소가 남아있는 건 분명하나 재고 수준 등을 감안하면 천연가스 가격의 재급등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천연가스 가격 떨어지니 식탁물가도 ‘뚝’…왜?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곡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곡물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는데 이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곡물 생산에 쓰이는 질소계 비료의 주 원료가 천연가스인데 가격이 줄며 비료 수급도 안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비료 시장의 약 70%는 질소계 비료에 의존한다. 지난해 높은 천연가스 가격으로 비료 생산기업들이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으나 이전보다 그 폭이 축소될 것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분석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료 수급이 안정화되면 농가들의 비용부담이 줄고 작황 우수등급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후행적으로 곡물 가격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반구의 파종이 올 봄에 시작되나 이미 비료 생산기업들이 설비 가동률을 낮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암모니아, 요소 생산 기업인 노르웨이의 ‘야라 인터내셔널'(Yara International)은 지난해 8월 설비 가동률을 35%로 낮췄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서인 ‘마켓 인사이트 2023’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유럽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BTU당 20달러 미만으로 낮아져야만 비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00BTU당 66.809달러다.
박 센터장은 “유럽의 연간 비료 생산량은 1230만톤으로 글로벌 생산량 기준으로 8% 수준이나 생산량의 3분의 2가 생산되고 있지 않는다”며 “가격 저항이 있어 비료 소비량 감소는 작황 부진을 유발해 곡물 가격의 급등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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