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 신차 가격 인상
완성차 업계 매출도 신기록
올해는 정반대 양상 보일 듯
지난해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최고의 해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닥쳐왔을 때 완성차 업계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쪼그라든 공급량을 가격 인상의 열쇠로 역이용한 것이다. 어차피 주문은 몇 년 치가 밀려 있으니 페이스리프트, 심지어는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도 가격을 수백만 원단위로 올릴 수 있었다.
겉으로는 그간 폭등한 원자재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지만 단순 변명이었다는 게 드러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2분기,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액을 거뒀다. 비록 결함투성이인 세타 2 엔진 리콜 비용으로 2.9조 원을 투입하며 순이익은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출고 적체는 시간문제
‘수요 파괴’ 다가온다
올해부터는 경기 침체와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의 영향을 받아 완성차 제조사들이 그간 휘감았던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미국 CNBC의 지난 28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번스타인 보고서는 “그동안 공급망 이슈로 차량 생산량에 제한이 있었지만 내년 자동차 생산량이 회복되면 ‘수요 파괴’ 시나리오로 바뀔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이미 수요 파괴가 일어나고 있으나 그동안 주문량의 상당한 적체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부터 시장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마음 놓고 신차 가격을 올려온 완성차 업체들이 자중해야 할 때가 왔다는 분석이다.
전년 대비 줄어든 판매량
주도권은 다시 소비자에게
자동차 전문 매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중국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을 초래했고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라며 “덕분에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가격에 차를 팔 수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신차 출고 속도가 회복세에 접어들며 주도권이 ‘공급’에서 ‘수요’로 바뀌고 있다”라며 “완성차 업계의 매출에는 부정적인 징조”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1,510만 대 대비 9.2% 줄어든 1,37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창 중국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던 2020년의 1,460만 대와 비교해도 90만 대 줄어든 수준이다.
고금리도 한몫
가격 인하가 답
금리가 올라 주택 가격이 내려가는 현재 상황도 신차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찰리 체스브로 수석 연구원은 “경기 침체기에는 서민층과 주택 담보대출을 껴안고 있는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라며 “근 몇 년간 완성차 업계가 누렸던 전례 없는 가격 결정권이 내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4만 6,259달러(약 5,830만 원)로 전년 대비 11.5% 올랐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3분기 국내에서 판매된 현대차 SUV의 평균 가격 또한 4,609만 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팬데믹으로 차량 수요가 한 번 내려앉은 와중에 경기 침체 두려움까지 겹쳐 판매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 파괴를 줄이려면 과감한 가격 인하가 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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