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 디렉터가 5일 온라인 특별 생방송 ‘디어 카트라이더’에서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디어 카트라이더’ 유튜브 영상 갈무리 |
게임업계가 겨울을 맞으면서 오래 서비스를 유지했던 대표작들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업계 업황이 좋지 않았던데다, 올해 반등을 위해 신작을 대거 발표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게임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넥슨의 카트라이더 같이 장기 리그까지 운영하는 게임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유저들은 하나둘씩 사라지는 추억에 아쉬움과 함께 반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아직 e스포츠 리그도 잘 되는데…IP 효율 운영 위해 원작 접는 PC 카트라이더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트라이더는 지난 5일 온라인 특별 생방송 ‘디어 카트라이더’에서 오는 3월3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시작 약 18년 만이다. 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 디렉터는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 논의 과정에서 PC 카트라이더의 노후화, 신규 이용자와 기존 이용자 간 격차 문제 등이 지적됐다”며 서비스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카트라이더는 이날부터 결제 서비스를 종료하고 다음 달 1일 환불 신청 페이지를 오픈한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PC 게임 ‘크레이지레이싱 : 카트라이더’는 2020년 모바일 버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시 출시 전까지 전 세계에서 4억명에 가까운 이용자 규모를 보유한 인기 게임이었다. 특히나 2019년 출시 15년 차에도 PC방 점유율 상위 5등 안에 이름을 올리며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10년 넘게 e스포츠 리그를 운영 중이다.
한 이용자는 카트라이더 자유게시판에 2015년 10월 14일부터 6292일 동안 함께했다고 밝히며, 유치원 시절부터 학부 졸업할 나이가 될 때까지 곁에 있었다. 조재윤 디렉터님 우실 때 저도 순간 울컥했다. 서비스 첫해인 2004년부터 카트라이더를 한 유저를 찾는 글에 댓글이 10명 넘게 달리기도 했다. 조 디렉터에게 쓰는 편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조 디렉터는 ‘카트라이더’가 끝나는(End) 것이 아니라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And)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PC·콘솔뿐만 아니라 모바일크로스 플레이까지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오는 12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리그도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리그로 확대한다. 인기 있었던 트랙과 일부 협의 가능한 콜라보레이션 카트 등은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카트라이더 종료 소식에 많은 유저가 반발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흥행에 걸림돌이 될까봐 잘 운영 중인 게임을 죽이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트럭시위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유저는 실제 카트라이더보다 이용자 수가 적지만 20년 넘게 운영되는 바람의 나라 등은 아직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계도 카트라이더 IP의 자기잠식을 우려해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2나 서든어택2 등 후속작 흥행 부진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자체의 수익성 문제보다, 거액을 투입한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흥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나오는 신작이니만큼 성적에 그만큼 신경 쓰는 것이 아니겠는가”고 설명했다.
내 추억도 사라질까…서비스 종료 게임 속속 등장
카트라이더 외에도 몇몇 대형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의 첫 작품이라는 상징을 지닌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는 지난해 4월 서비스 시작 1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큰 기대를 얻으며 서비스를 시작했던 크래프톤의 ‘엘리온’도 서비스 2년 만인 오는 3월 2일 문을 닫는다. 일부 유저들은 엘리온 게임 커뮤니티에서 “테라를 종료했으면 다른 PC MMORPG인 엘리온이라도 오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거나 “이렇게 빨리 서비스 종료가 된다니 앞으로 크래프톤 PC MMORPG에는 소량만 과금하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올렸다. 넥슨의 ‘천애명월도’도 오는 19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5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 게임에 대해서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몇 남지 않은 PC 무협풍 MMORPG여서 대체할 게임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부진한 게임부터 대표작까지 속속 정리에 나서자 유저들 사이에서 ‘내 게임도?’라며 우려한다. 특히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 다수가 PC 게임인 것도 PC 게임 유저들의 걱정을 키운다.
11년 넘게 서비스 중인 한 PC MMORPG 유저는 “아직까지 기존 헤비 유저들이 먹여 살리는 중이지만, 그분들이 사라지는 순간 위태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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