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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에는 으레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들 한다.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떡국은 제사에도 쓰고 손님 접대에도 활용하므로 세찬에 빠지면 안 되는 음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벼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북쪽이나 강원도에서는 주로 밀가루로 만두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영향으로 오늘날은 만둣국 역시 집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대표적인 명절 음식으로 여겨진다. 무엇이 되었건 희고 뽀얀 자태를 자랑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밝고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을 것.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태가 좋고 속이 꽉 찬 만두처럼 밝은 희망의 싸개에 성취와 행복의 소를 가득 담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순례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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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동 고샅길, 내공이 느껴지는 간판의 만둣집은 점심시간이 되면 골목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2009년부터 ‘이순례 손만두’라는 상호로 직접 빚은 손만두를 선보여온 이곳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나 이제는 춘천 시민들이 만두가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자 명절이 되면 찾는 고향집 같은 공간이 됐다.
이곳의 이광모 대표는 매일 아침 만두소를 만들며 하루를 시작한다. 만두 맛의 핵심이 되는 작업인 만큼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 왔기에 이제는 눈 감고도 만들 정도란다. 의정부에서 먼저 손칼국수 전문점을 연 고모님의 가게 일손을 도우며 요리를 전수받게 됐는데 특히 남다른 만두 맛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춘천에서 만두를 전면에 내세운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하루 판매량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1000개 이상씩 빚어낸다는 이곳의 주인공 김치만두는 청양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비법 양념이 들어간 만두소가 핵심이다.
강원도식 만두에는 보통 신 김치를 사용하지만 이북식 레시피를 응용해 적당하게 맛이 든 김치로 밸런스를 잡아 감칠맛을 높였다. 돼지고기와 당면,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다채로운 맛과 식감을 살렸다. 직접 반죽을 밀어 찍어낸 만두피는 얇지만 조리 과정에서 견고하게 소를 감쌀 수 있는 적당한 끈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 어린아이의 복주머니처럼 예쁘게 빚은 만두는 팔팔 끓는 물에 한소끔 끓여 내놓는데 만두소가 고르게 잘 익고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주로 중장년층 손님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부쩍 젊은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워낙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운영해온 만큼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왔던 아이들이 어느새 성인이 돼 익숙한 맛을 찾아 방문하고 있기 때문.
춘천 시민들의 추억과 함께 가게도 주인장도 나이가 들었지만 만두를 빚는 정성과 손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춘천을 떠난 이들도 만두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고향에 올 때마다 들러 사 가거나 택배로 주문을 한다. 특히 명절이 되면 하루에 8000~9000개의 만두를 소화한다고.
메뉴는 만둣국과 만두전골, 찐만두와 군만두, 그리고 칼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손만두국에는 무려 큼직한 만두가 6개나 들어가 밥 없이도 충분한 포만감을 선사한다. 만두를 하나 건져 숟가락으로 가르면 터져 나오는 만두소는 육즙을 듬뿍 머금어 촉촉하기 그지없다. 만두만을 조리한 찐만두와 군만두를 즐기는 손님들도 상당수로 특히 만둣국, 손칼국수와 고소하고 바삭한 군만두는 최고의 점심 조합이다.
여럿이 나눠 먹기 좋은 푸짐한 만두전골은 넉넉한 만두와 4가지 버섯, 호박, 부추, 당근, 숙주 그리고 소고기 등 갖은 재료에 사골과 채소 육수를 더해 제공한다. 끓일수록 우러나는 진국을 머금은 만두를 다 먹고 나서 남은 육수에 끓여 먹는 전골 죽은 필수 코스다.
◆방배동개성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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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역 골목길에 자리한 손만두 전문점. 만둣국이 동네 주민들에게 입소문 나며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 메뉴로 선보이는 만두는 주인장이 직접 매일 빚어내는데 김치, 돼지고기, 두부, 숙주 등의 속 재료로 가정에서 빚은 만두의 형태지만 이북식 맛을 제대로 낸다. 국산 사골과 사태로 정성껏 우려낸 육수를 베이스로 양도 푸짐하게 제공된다.
◆서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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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양지와 각종 버섯, 채소로 소를 만들고 매장에서 직접 빚은 손만두를 넣은 황해도식 만두전골이 유명한 곳. 고춧가루 양념을 넣어 칼칼한 육수가 특징으로 전골을 주문하면 만두와 떡, 먹기 좋게 찢은 양지 고명 등이 실하게 담겨 제공되며 아삭한 콩나물과 함께 한소끔 끓인 뒤 맛보면 얼큰하게 언 몸이 풀어진다. 기본으로 찐만두가 함께 나와 만두 본연의 맛을 즐겨봐도 좋다.
◆개성만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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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출신의 할머니가 시작해 3대째 계승돼 오고 있는 만두 전문점. 만둣국과 떡국, 조랭이떡 만둣국, 만두전골 등 다양한 변주로 맛볼 수 있는데 진한 양지 육수 베이스가 떡과 만두에 배어들어 보다 깊은 맛을 낸다. 만두소는 간이 강하지 않은 편으로 취향에 따라 기본이 되는 고기만두, 김치만두, 버섯만두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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