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장애인 권리 보장을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이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인 지 5일 만에 휴전을 철회했다.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장애인권리예산’ 증액 규모가 당초 요구했던 금액의 0.8%만 증액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골자로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출근 시간대 지하철역에서 열차 탑승과 하차를 반복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열차가 지연돼 운행에 차질이 생겼고,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일 오 시장은 “국회에서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는 경우 시위 재개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전장연 지하철 탑승시위, 휴전을 제안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작성했고, 전장연 측도 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5일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이 요구 대비 106억만 증액(0.8%)한 것에 대해 논평을 내고 “참담함을 느낀다.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 2일) 1차 지하철행동을 2023년 1월 2일, 3일 진행할 것을 알린다”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시위를 통해 내년도 장애인 권리예산을 올해 대비 1조3,044억 원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예산은 장애인의 장애인 이동권과 교육, 활동지원, 탈(脫)시설 등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다.
하지만 본회의 결과, 합의된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예산은 전장연 요구액의 0.8%인 106억 원만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과된 예산안에 대해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비장애인 서울시민들과 전쟁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라며 “이제 휴전은 끝났다”라고 밝혔다.
휴전을 철회한 전장연이 탑승시위 재개 의사를 밝히자 오 시장은 오늘(26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 시위 재개 선언은 용납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오늘 오전 서울경찰청장님과 논의를 마쳤으며, 서울교통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사장 또한 이에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시장은 “1년 넘게 지속된 지하철 운행 지연 시위에도 시민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극도의 인내심을 보여 주었으나 서울시장으로서 이제 더 이상 시민의 피해와 불편을 방치할 수는 없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시위현장에서의 단호한 대처 외에도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하여 필요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 하겠다. 서울시정 운영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이 불법까지도 용인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방침에 전장연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님, ‘무관용 원칙’보다 ‘무책임 원칙’을 반성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전장연은 “비장애인만 타고 있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하기 위한 ‘권리를 위한 투쟁’인 지하철 탑승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장애인의 저항권에 속한다”라며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시작도 되지도 않았는데. ‘불법’이라 규정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관계자와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위 중단’을 골자로 한 강제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 측에는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에 대해 2024년까지 설치를 요구했고 전장연 측에는 향후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조정안에 대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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