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6시 서울 성동구 한 골목의 모습. 아직 어두운 하늘 아래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이 끌개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
새벽이나 야간에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나오는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운전자가 어두운 도로를 돌아다니는 노인들을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3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 일대에서 만난 폐지 수거 노인은 6명. 이들은 모두 어두운 옷을 입고 형광조끼 등 교통안전을 위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손수레도 위험에 노출돼있긴 마찬가지였다. 폐지 수거 노인들이 끌고 다니는 손수레나 끌개 후면엔 반사판이 부착돼있지 않았고 ‘단디바’라 부르는 짐을 묶는 야광 밴드도 없었다.
이날 새벽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만난 환경미화원 A씨는 “어르신들이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데 새벽엔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폐지 수거 노인이 이용하는 손수레는 차마로 분류돼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시 범칙금이 부과된다. 도로교통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폐지를 실은 손수레나 끌개는 인도에서 끌기 어려워 대부분의 노인은 차도로 다닌다. 이들은 밤길에서 식별이 쉬운 형광 안전조끼를 착용하거나 반사판·야광 밴드를 손수레에 장착하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이 새벽이나 야간 도로에서 사망하는 사고는 매년 발생한다. 지난 8월 16일 새벽 5시30분 강원도 원주에선 손수레를 끌던 80대 노인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새벽에도 대전 동구 둔산동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70대 노인이 도로를 건너다 택시에 치여 사망했다.
23일 오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의 모습. 손수레에 반사판이나 단디바(야광밴드)가 부착돼있지 않았다. /사진=박상곤 기자 |
취재진이 만난 노인들은 안전 장비 없이 도로에 나서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편이 여의찮아 스스로 장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성동구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 B씨는 “(폐지)가격이 많이 내려가 입에 풀칠도 못 한다”며 “한 번 박스를 모아 고물상에 냈을 때 들어오는 돈이 4천원 좀 넘는다”고 말했다.
광진구에서 폐지를 모으던 노인 C씨도 “하루종일 일해 버는 돈이 만원 좀 넘을까 말까 한다”며 “어지간해 생계로 이 일을 하는 노인들은 형광 조끼 같은 건 살 생각도 못 한다”고 했다.
올해 초 1㎏당 120원 가까이 하던 폐지는 수요 감소로 최근 40원까지 떨어졌다. 폐지 가격이 폭락하자 노인들의 수입도 감소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만428원. 시간당 948원이다.
이날 서울 시내 철물점에 문의한 결과 안전조끼의 가격은 5000원 내외, 경광봉은 6000원에서 1만2000원이었다. 하루 수입이 1만원에 그치는 노인들의 입장에선 스스로 안전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는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노인 1600명에게 야광 조끼를 지원했고 해마다 지원할 물품과 예산을 선정해 노인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지원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주민센터로부터 명단을 받아 올해 초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안전조끼와 LED 표시등, 단디바(야광 밴드) 등을 지급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에) 등록하고 활동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모든 노인에게 안전 장비를 지급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분을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노인의 안전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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