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테슬라 주가가 일론 머스크의 땜질식 공약 처방에도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테슬라 주가는 이날 1.76% 하락한 123.1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시장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8.9% 급락한 데 이어 6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끝모를 추락을 이어가자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을 추가로 내다 팔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약발은 통하지 않았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불거진 ‘오너 리스크’ 등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2달 새(10월25일~12월23일) 주가가 42% 급락했다.
연초만 해도 400달러를 호가했던 주가가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테슬라 주가 하락 대부분은 트위터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나타났다. 트위터 인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9월 말 이후 테슬라 주가 하락 폭은 57%에 달했다. CNN은 “머스크가 트위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는 걷히지 않고 있다”며 연초 400달러에 달했던 테슬라 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으로 세계 최고 부호 자리에서도 밀려난 머스크의 자산평가액 손실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순 자산은 1400억달러(이날 종가 기준)로 올 들어 1300억달러(약 167조원)가 급감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억만장자 중 올 들어 가장 큰 자산 감소 폭이다. 테슬라 지분 14.1%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 하락에 따라 거의 실시간으로 자산평가액이 증발하고 있다.
머스크는 전날 음성채팅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내년에는 팔지 않을 것이고 내후년에도 팔지 않을 것 같다”고 공약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 앞으로 2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이번 ‘공약(公約)’도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신이 주가 하락을 이끈 셈이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4월 약 85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뒤 트윗을 통해 “추가 매각을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8월 69억달러, 11월 39억5000만달러 어치를 매도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2~14일 사흘에 걸쳐 2200만주(35억8000만달러 상당)를 매각하며 주가 낙폭을 더욱 키웠다.
머스크는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과거 여러 차례 어긴 것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주식을 좀 팔아야 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고 소비자 수요도 둔화할 것이라며 테슬라의 자사주 매입 계획은 경기 침체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차기 트위터 CEO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같은 측근 인사를 임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트위터 경영은 테슬라의 복잡함과 비교하면 10%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