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10월 진행한 ‘코로나에 따른 3분기 국내외 여행행태 조사’ 결과 4분기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국내 여행을 꼽은 응답자는 42.6%, 해외여행을 꼽은 응답자는 32.5%인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와 비교해 국내여행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8.9%포인트 내려간 반면 해외여행 응답은 7.9%포인트 증가했다.
관심만 높아진 게 아니다. 실제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은 모두 77만3480명이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21.8% 증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가 극심했던 지난해 초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여행 산업이 2024년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회복세는 생각보다 빨랐다. 고유가·고환율 기조에도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했다. 지난 5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보고서를 통해 항공산업 완전 회복 시기를 2024년에서 2023년으로 조정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2023년, 우리의 여행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부킹닷컴은 32개국 2만4000여 명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23년 여행 트렌드를 예측했다. 부킹닷컴이 정리한 7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자연으로 돌아갈래”
오프그리드 여행의 부상
사람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없이 작아졌다. 여기에 자연재해와 정치적 불안과 전쟁이 더해지면서 문명의 나약함을 느끼게 된 사람들은 2023년에는 속세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중 44%는 ‘무소유’의 삶을 여행에서 경험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53%)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오프그리드(off-grid)’ 스타일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오프그리드란 전기·수도·가스 등 외부 에너지 공급을 차단한 채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말한다. 응답자의 52%는 여행을 통해 깨끗한 물을 구하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등 생존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도 답했다.
다만,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3%)은 오프그리드 여행 필수 조건으로 ‘여행지에서 핸드폰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을 꼽았다.
메타버스로,
가상현실로의 확장
2023년에는 여행 산업도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상현실에서의 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여행객 절반 이상(54%)이 내년 여행지로 가상현실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VR 여행을 며칠간 체험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의 비율(51%)은 글로벌 평균(35%)을 훨씬 웃돌았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여행 체험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고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게 된다. 실제로 56%의 한국인 응답자가 가상 경험 후 이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여행지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해 촉감을 전달하는 햅틱 피드백까지 도입되면 여행객들은 훨씬 몰입감 있게 가상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모험
지난 몇 년간 코로나에 억압됐던 상황 때문에 전 세계 여행객들은 완전히 다른 문화와 새로운 자극을 느껴보고 싶은 심리를 드러냈다. 한국인 여행객도 절반 가까이(49%)가 문화 충격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무려 10명 중 8명(80%)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여행을 경험하고 싶다고 답했다.
독특한 여행 경험으로 사람들은 가장 매운 고추, 가장 비싼 트러플 등의 별미 시식(59%), UFO 또는 외계인 관찰 투어(40%)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10명 중 4명가량(36%)이 편도 항공권을 끊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여행하고 싶다고 답변한 것을 볼 때,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자유 여행이 내년에도 여전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
‘추억 여행’
레트로 여행
내년에는 여행업계 레트로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여행객 대다수(92%)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행지에서 단순해서 좋았던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레트로 여행에 대한 관심은 전 세대별에서 골고루 높게 나타났다. Z세대(90%), 밀레니얼 세대(91%), X세대(87%), 베이비붐 세대(81%)와 같이 차이를 보였고, 특히 그 시절을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추억 여행으로는 테마파크, 방 탈출, 보물찾기 등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를 다시 찾는 것(59%), 유명한 레트로 영화에 등장하는 랜드마크를 찾아가거나 수학여행처럼 버스 여행을 떠나는 것(25%) 등이 꼽혔다. 여러 세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재회하는 다세대 가족 여행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으로 몸과 마음 챙기기
2023년에는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겠다는 여행자들도 많았다. 한국인 응답자 절반 정도(49%)는 명상이나 정신 건강을 위한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4명가량(43%)은 조용한 휴양지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세대별로는 Z세대(45%)와 밀레니얼 세대(48%)가 X세대(35%), 베이비붐 세대(19%)에 비해 조용한 휴양지에 더 관심이 많았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회복에 집중하거나, 갱년기 또는 임신과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대답한 이들은 10명 중 6명에 이르렀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은 상위 국가는 베트남(73%), 태국(65%), 중국(63%), 인도(59%), 홍콩(58%), 한국(57%) 순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가 차지했다.
일과 여행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출장 및 비즈니스 여행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유행하기 이전 비즈니스 여행이 주로 일을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업무보다 관계 강화 및 기업 레크리에이션에 중점을 둔 형태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인 응답자 절반 이상(53%)이 회사에서 떠나는 야유회나 여행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47%가 단합 차원에서 고용주가 업무를 벗어나 사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여행을 계획하길 바라고, 54%는 회사 측이 원격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전환하며 절약한 비용을 회사 출장이나 휴가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무실에서 벗어나 친목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동료 간의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가 여행을 독려하는 건 기업 차원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직장인 10명 중 6명(61%)은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합리적 여행
2023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휴가에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63%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예산을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에는 할인 혜택이나 특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여행 시기를 조정해 여행에 나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이(54%)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할인 및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고(59%), 비수기인 여행지나 장거리 노선으로 여행 비용을 절약하며(53%), 특가를 위해 한층 더 이른 시점에 예약을 진행하는(61%)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고려해 합리적인 여행을 계획할 것으로 나타났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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