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 물음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은 많다.
안하무인 톱스타와 생계형 매니저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위치’도 마찬가지다.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전개와 결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코믹 요소와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웃음과 감동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연말연시용 영화로 손색이 없다.
자타공인 톱배우 박강(권상우 분)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도 함께 술 먹을 사람이 없어 매니저를 붙잡는 신세다. 부와 인기를 모두 지녔지만 “행복하시죠?”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조윤(오정세)은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이다. 한때는 박강과 함께 연극 무대에 올랐던 배우지만 긴 무명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매니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동료 배우이자 친구지만 180도 다른 인생을 살아가던 두 사람은 새하얀 눈이 가볍게 흩날리던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기점으로 삶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박강은 미국 유학을 떠났던 첫사랑 수현(이민정)과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통장 잔액은 5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재연 배우지만 사랑하는,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 그는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조윤은 ‘섭외 1순위’ 톱배우가 됐지만 매번 짝사랑에 실패하며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스위치’의 매력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머 코드에 있다. 박강의 열애설 기사에는 온라인상에서 ‘소라게 짤'(온라인에 올라오는 각종 자투리 이미지)로 회자되는, 실제 권상우 출연 드라마 ‘천국의 계단’ 속 사진이 삽입돼있다. 박강은 인생이 바뀐 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직접 해당 ‘짤’ 속 모습을 재연해 보기도 한다.
박강이 재연 배우로 활동하는 TV 프로그램에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대표 배우 김하영이 동료 연기자로 등장하고, 조윤과 박강이 출연료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이민정의 남편인 배우 이병헌이 언급돼 소소한 웃음을 준다.
아역 배우 박소이와 김준의 연기도 큰 몫을 해낸다. 극 중 박강과 수현의 아이로 등장하는 두 아역의 귀여움은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역답지 않은 노련한 연기력으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만 박강·수현 부부의 경제적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다뤄지지 않아 지나친 판타지로 느껴진다는 점, 조윤의 서사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연출을 맡은 마대윤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고 자기가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상우와 오정세는 “2023년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관객이 뭉클함과 웃음으로 2023년 한 해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년 1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113분.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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