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반도체, 배터리업계에 전기차가 새로운 고객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 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하나의 돌파구로 빛을 발하고 있다.
20일 재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유럽 전기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데 대해 이 회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게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이 회장의 최근 움직임은 삼성전자 각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관련 부품사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세계 4위 다국적 자동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을 세우고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이 회장과 존 엘칸 스텔란티스·엑소르 회장과의 친분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회장은 존 엘칸 회장의 제안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스텐란티스의 최대주주인 엑소르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완성차 경영진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이번 BMW 최신 플래그십 전기차 ‘뉴 i7’에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탑재하는 성과를 거둔 것도 이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의 돈독한 네트워크가 한 몫 했다는 평가다. P5 배터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SDI의 최첨단 소재 기술을 집대성한 제품이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20% 높이고 재료비는 20% 이상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3년 간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왔다. 협력 초기 단계부터 직접 BMW 경영진과 교류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2013년 출시된 BMW 최초의 순수 전기차 i3를 시작으로, i8(2015년), iX·i4(2021년) 등 BMW가 출시하는 친환경 전기차에는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2014년에는 단순한 배터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 개발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삼성SDI는 2019년 BMW와 자동차전지 공급을 위한 장기 업무 협약(약 4조원 규모)을 체결한 바 있으며, 시장 성장 및 BMW 차량 판매 호조에 따라 양사는 공급 규모를 3배 이상 확대 중이다.
삼성에 있어 자동차는 매각 경험을 가진 아픈 손가락이다. 삼성은 자동차 산업 진출이 숙원사업이었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추진력으로 1995년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설립하고 1998년 SM5를 출시하는 성과를 냈지만 외환위기 이후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며 자동차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 매각 후에도 2011년 GM 대니얼 애커슨 최고경영자(CEO), 2012년 도요타 토요타 아키오 사장 및 폭스바겐 마틴 빈터콘 회장 미팅 등을 직접 챙긴데 이어 2016년 11월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자동차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8년에는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전자, 반도체,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에 자동차는 꼭 필요한 부분이 됐다”며 “합작 파트너로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이 회장의 네트워크가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무섭게 성장하는 전장,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근본적 사업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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