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층에서의 고혈압 환자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5년간 30% 가까이 급증한 가운데 20대 여성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었다. 젊을 때부터 지속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20~39세 환자는 2017년 19만5767명에서 지난해 25만2938명으로 29.2% 증가했다. 특히 20대 고혈압 환자는 같은 기간 44.4% 증가했고, 20대 여성만 놓고 보면 61.8%나 늘었다.
젊은 층에서의 고혈압 환자 증가에는 비만과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혜미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먹방과 배달 음식, 외식 위주의 소비 트렌드 등으로 인해 짜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반면,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량은 적어져 비만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또 장기적인 코로나19와 취업난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아져 젊은 고혈압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20~30대 비만 환자는 2017년 6340명에서 지난해 1만493명으로 65.5% 증가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에 있어 비만은 연관성이 매우 높다. 비만은 교감신경 활성이나 혈압을 올리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 역시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환자 증가 추세에 비해 적극적인 치료는 낮은 편이다. 김 교수가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30대 고혈압 인지율은 17%, 치료율은 14%에 그쳤다. 김 교수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거나 혈압 측정 기회가 적을수록 고혈압에 대한 인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젊은 층일수록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과 건강에 대한 관리가 부족해 나타난 결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Hg 미만, 확장기 80㎜Hg 미만이다. 고혈압 전 단계는 수축기 혈압 120~139㎜Hg, 확장기 혈압 80~89㎜Hg 사이로 젊은 나이에라도 평소 자신의 혈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개선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기름진 음식,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생선, 견과류 위주의 올바른 식습관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오랜 기간 노출되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며 “20~30대 젊은 시기에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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