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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확대 무산’ 한전·은행 모두 부담…금융시장 다시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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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정치적 리스크게 또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발행이 막히면 CP(기업어음) 발행이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한전과 금융권 모두 부담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열린 ‘한전 재무위기 대책 회의’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참석했다. 산업부는 한전채 발행외에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금융권의 협조를 구했다.

자본금에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까지로 한정된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를 6배까지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올랐으나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지난해말 기준 91조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 9월말 기준 57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4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을 감안하면 사채 발행 한도는 40조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올해 적자 구조를 메꾸기 위해 한전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올해 들어서만 28조7900억원을 발행했다. 최근 한전채 발행 잔액은 63조원을 넘어섰다. 한전법 개정이 없으면 내년 3월부터 추가 한전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달 SMP(전력도매단가) 상한제가 도입돼 재무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에만 5조3900억원의 한전채 만기가 돌아온다. 추가 발행으로 차환이 안되면 순상환을 해야 한다. 6~7월에만 월 1조원의 한전채 만기가 도래한다.

시장에선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만큼 채무불이행까지 가지 않겠지만 시장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량 공기업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라는 점에서다. 당장 전기값 현실화가 답이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전기료 인상도 장담할 수 없다. 채권 발행이 없으면 CP(기업어음) 등 단기채와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최근 진정된 CP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투자심리 위축이 우려된다. 정부는 한전에 대한 CP, 은행차입 등 사채 외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은행 대출 증가는 한전과 은행권 모두에게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달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전채 발행 대신 은행권에서 1조500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달 5000억원 추가 대출을 계획 중이다. 한전채 발행 불가는 은행 추가 대출로 이어진다.

한전 입장에선 높은 대출 금리가 부담이다. 최근 진행된 한전 대출이 5%대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최근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서 한전채 발행금리가 5%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8일 5.99%까지 올랐던 한전채 2년물의 발행금리는 지난 8일 4.6%까지 한 달 사이 1.39%포인트 떨어졌다.

한전채 발행이 가능하다면 한전은 채권 발행과 대출 중 금리가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전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선택지가 줄었다. 대출금리 협상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사채 발행 한도 상향안 부결에 따라 유동성 대응과 정부지원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연내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이 어려워지면 한국전력공사는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다시 한번 정치적 리스크가 채권시장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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