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대두된 강성 노조 문제
자동차 업계는 대표적 사례
기아자동차에서 지속되는 잡음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에 기가팩토리를 유치해줄 것을 요청했고, 일론 머스크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해당 소식은 외신을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기 때문에 국내 업계 풍토와는 상극이며, 특히 자동차 노조는 ‘귀족 노조’라고 불릴 정도로 고임금·저생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매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매년 힘겨운 임단협과 각종 안건에서 노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는 특히 기아자동차에서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글 김현일 기자
화성 전기차 신공장 계획 차질
14차례 협의에도 진척 없어
한국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의 화성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 계획이 노조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 측은 “신공장 관련 협의를 14차례나 진행했음에도 진척이 없어 전체 사업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라며 “성공적인 신공장 건설로 차량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노사가 다 해야 할 책무”라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 측에 발송했다.
그러나 노조는 공장 생산 규모 확대, 공장 내 파워트레인 모듈공장 추가 배치, 외주 공정 내재화 등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고, 이번 달 특근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화성공장장은 최근 노조와의 협의에서 사전공사 지연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노조 측은 “사측의 답변이 부족하다”라며 “공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오히려 사측”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스토닉 위탁생산에도 반발
전기차 라인 전환 늦어질까
기아 노사는 오토랜드 광명 2공장의 전기차 생산 라인 전환을 두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기아는 광명 2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생산하고 있는 스토닉과 프라이드의 수출 물량을 모닝, 레이 등 경차 생산 협력사인 동희오토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합의된 위탁생산 차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동희오토에 대한 인수합병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단체협약에는 ‘생산 외주는 노사 의견이 일치돼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협의가 늦춰질수록 전기차 설비 도입 역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신차 할인 제도로 시끌
결국 전기차 할인 따냈다
기아는 올해, 국내 완성차기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임단협을 마쳤다. 쟁점이 됐던 지점은 ‘장기근속 퇴직자 차량 구매할인 제도’였는데,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 2년 주기로 신차를 30% 할인해주는 혜택을 축소하자고 제안하자 노조 측은 총파업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결국 해당 제도는 사측이 제안한 대로 연령을 만 75세로 제한, 할인 폭을 25%로 하향하고 주기를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합의되었지만 2025년부터 퇴직자에 전기차를 25% 할인해주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번 임단협에서 노사는 ‘국내 차량 생산공장이 미래차 신사업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공동 노력한다’라는 내용의 합의안도 도출했는데, 공장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걸로 보아 이행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고용세습 조항도 그대로
칼 뽑은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기아차 노사에 단체협약 중 특정 조항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고용세습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헌법 11조에서 보장한 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서 정한 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지청은 조항 수정을 위해 시정명령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에 기아 노조는 ‘노조 죽이기’라며 “정부에 맞서 단체협약 사수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파업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 초래”
노조법 개정안 막으려는 자동차업계
최근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의 폭을 넓히고 폭력 등 직접적인 손해를 제외하고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노동조합에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지만, 자동차업계는 노조 리스크를 키울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자동차산업은 복잡다단한 단체교섭 구조로 말미암아 잦은 노동분쟁과 그에 따른 노사갈등 증폭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입법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법 개정을 필두로 온 산업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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