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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박물관, 프라하로 떠나는 역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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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프라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들이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그렇기에 발걸음을 내딛는 곳곳에서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도시 전체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하에서는 거리만 걸어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크다. 프라하에는 역사가 숨 쉬고 있다.

프라하 역사적인 명소 4곳을 소개한다.


바츨라프 광장 Wenceslas Square

사진=플리커

프라하의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는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강의 왼쪽은 신시가지, 오른쪽은 구시가지다. 바츨라프 광장은 신시가지에 위치한다. 원래 이곳에는 말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었는데 1891년에 국립 박물관이 들어서며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너비 60m, 길이 750m로 중앙 녹지를 경계로 차도와 인도가 나뉘어있다.

‘바츨라프(Wenceslas)’라는 이름은 체코의 프르셰미슬 왕가의 왕 바츨라프에서 유래했다. 사후에 기독교 성인으로 추대된 바츨라프는 체코의 상징적 인물이다. 광장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1913년 세워진 동상이 있는데, 기마상이 성인 4명의 수호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은 체코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가 패전하며 체코슬로바키아가 독립했는데, 이때 체코슬로바키아 독립 선언을 1918년 바츨라프 광장에서 선포했다. 1968년에는 개혁파가 체코 지도부로 들어서며 체코는 민주·자유화 노선을 선택하게 됐다. 이때 여러 차례의 민주화 집회를 바츨레프 광장에서 열었다. 체코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후 소련이 체코를 무력으로 침공해 체코의 민주화가 무산되었다. 하지만 1989년에 다시 한 번 수많은 시민들이 공산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바츨레프 광장에 모였고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을 성공한다. 바츨레프 광장에는 자유화 운동 당시 소련의 무력 침공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얀 팔라흐(Jan Palach)와 얀 자이츠(Jan Zajíc)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민주화 역사의 중심이 되었던 바츨레프 광장은 현재 프라하 최고의 번화가로 자리매김했다. 호텔,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고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프라하 성 Prague Castle

사진=언스플래쉬

프라하 성 역시 블타바 강 왼쪽에 위치한다. 프라하 성은 크기가 매우 커 둘러보기만 해도 3시간이 넘게 걸린다. 9세기 말부터 공사가 시작된 프라하 성은 14세기에 카를 4세(Karl IV) 때 이르러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16세기 말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궁정을 이곳에 두면서 번영했다가 빈으로 옮긴 후 쇠퇴했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성립되면서 이곳이 대통령 관저로 쓰이기 시작했고, 현재에도 성의 일부는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사용된다.

성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데, 정문은 총 3개다. 흐라트차니 광장과 접한 서문, 말라스트라나와 접한 동문, 성 정원으로 나가는 북문이 있다. 근위병들이 정문을 지키고 서있는데, 1시간마다 화려한 교대식이 진행된다.

유럽의 역사를 바꿨다고 할 수 있는 ‘30년 전쟁(Thirty Years’ War)’이 프라하 성에서 시작됐다. 1517년 종교 개혁 이후 구교(가톨릭)와 신교(프로테스탄트)의 갈등의 골은 오랫동안 깊어졌다. 그런데 1618년 구교를 믿는 보헤미아(현재 체코 서부 지역에 있던 국가)의 왕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페르디난트 2세(Ferdinand II)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던 칙령을 취소한다. 그러면서 신교를 탄압하고 교회를 허물기 시작한다. 이에 화가 난 보헤미아의 신교 귀족들이 프라하 성으로 모여 총독부 관리들을 창밖으로 던졌고, 이 사건으로 인해 구교와 신교 사이의 갈등이 커질 대로 커져 유럽의 30년 전쟁이 시작되었다. 30년 전쟁을 끝내고 맺은 ‘베스트팔렌 조약(Peace of Westfalen)’이 근대 국가를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프라하 성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사진=언스플래쉬

프라하 성 안에 있는 황금 소로(Golden lane) 역시 프라하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프라하 성의 입구를 지나면 황금 소로가 나온다.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집이 들어서있어 동화 속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프라하가 관광 명소로 자리 잡게 되면서 황금 소로도 유명해졌다.

원래 이곳은 병사들을 위한 막사를 만들기 위해 지어졌지만 16세기 후반에 연금술사와 금은 세공사들이 이곳에 살기 시작하며 황금 소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황금 소로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때문이다. 소설 ‘변신(Die Verwandlung)’의 작가인 그는 황금 소로에 잠시 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카프카는 프라하 성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성(Das Schloss)’을 집필했다고 한다.

* 차례대로 프라하 성(A), 황금 소로(B)


존 레논 벽 Lennon Wall

사진=언스플래쉬

프라하에는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을 상징하는 벽이 있다. 레논 벽은 원래 사랑에 관한 시나 짧은 메시지들이 적히던 곳이었다. 그런데 1980년 존 레논이 피살되자 익명의 화가가 이곳에 존 레논의 얼굴을 그리고 노래 가사를 적었다. 이후 이곳이 존 레논 벽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존 레논이 사회적 목소리를 많이 내는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이 벽에는 평화, 투쟁 등에 관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프라하의 봄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선 체코의 젊은이들은 체코 정부를 향한 불만을 레논 벽에 새겼다. 이 벽을 권력자들이 도배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가사와 그림들로 가득 찼다. 이처럼 레논 벽에는 체코의 역사와 청년들의 저항이 담겨 있다. 현재 방문객들도 레논 벽의 지정된 구역에서 사랑과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적을 수 있다.


카를교 Karl Bridge, Charles Bridge

사진=언스플래쉬

카를교는 1402년 지어진 후 650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킨 다리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다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다리는 보헤미아의 왕 카를 4세(Karl IV) 때 건설되었기 때문에 카를(Karl)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카를교에는 유명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카를 4세의 아들인 바츨라프 4세(Wenceslaus IV)는 왕비의 불륜을 의심해 얀 네포무츠키 신부에게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묻는다. 하지만 신부는 고해성사 내용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고 화가 난 바츨라프 4세는 신부의 혀를 뽑고 블타바 강에 던진다. 카를교에는 얀 네포무츠키 신부의 석상이 있다. 이 석상을 만지면 프라하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프라하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의 숨결을 품고 있다.

눈물날 정도로 아름다운 프라하의 역사를 탐방해보는 귀중한 체험을 해보자.


글=이나한 여행+ 기자

여행플러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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