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성장에 전력기기 수요 폭발
미국·중국 견제 속에서도 ‘K-전력기기’ 선전

“지금 주문해도 2030년에야 받을 수 있어요.”
미국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망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자,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특히 미국 내 변압기의 70%가 교체 시기에 도달한 데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 전력기기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美 수요 폭발… 한국 기업들 ‘역대급 실적’

미국 전력 인프라의 노후화는 한국 전력기기 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공장 증설에 3968억 원을 투자하며, LS일렉트릭도 부산사업장 신규 공장 설립과 함께 KOC전기를 인수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역시 미국 멤피스 공장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국내 창원 공장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전력기기 3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쌓아온 기술력과 해외시장 경험이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990년대 동남아·중동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고, 2000년대 이후 초고압 직류송전(HVDC),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며 유럽과 미주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AI 산업과 맞물려 전력기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 속 생산능력 확대… ‘초격차’ 만든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전력기기 시장이 뜨겁다.
미국은 자국 내 노후화된 변압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산 전력기기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위험에도,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다.
LS전선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망을 구축했고, 대한전선도 뉴욕의 노후 케이블 교체 프로젝트 등 미국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AI와 관련한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이제 한국 전력기기는 단순한 전력 인프라 공급업체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책임지는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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