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건희(21)는 원주고 시절 포수와 투수를 함께 소화해왔다. 고교 무대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김건희는 이도류의 꿈을 진지하게 이어간 선수였다. 키움에 2023년 1라운드 6순위로 뽑힌 것도, 재능이 무한대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키움은 실제로 김건희에게 이도류의 꿈을 프로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2023년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투수와 타자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스케줄을 줬다. 실제 퓨처스리그에서 타자와 투수를 병행했다.
단, 투수를 늦게 시작해 완성도를 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평가는 있었다. 반면 타자로서의 재능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포수보다 1루수나 외야수로 육성하면 괜찮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와중에 야수로서 수비 완성도를 올리는 것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2024시즌, 키움은 방향성을 잡아줬다. 김건희도 동의했다. 타자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렇게 포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주 대만 가오슝 국경 칭푸야구장에서 만난 김건희는 “투수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라는 질문에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투수와 이도류의 꿈을 접었다는 얘기다. 이게 절대 비판을 받을 일은 아니다. 이도류, 좋다.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러나 팀은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를 만들어야 하고, 선수도 프로에서 자리를 잡고 돈을 벌어서 프로답게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엄청나게 긴 시간을 갖고 이도류를 밀어붙이면 성공할 수도 있다. 가보지 않은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으니 김건희의 이도류에 대한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팀은 현실적인 방향 제시를 했다. 앞으로 김건희가 성공하려면, 그리고 키움도 같이 웃으려면 포수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홍원기 감독도 이게 맞다고 본다. 홍원기 감독은 작년부터 종종 김건희의 파워와 잠재력이 남다르다고 얘기했다. 지난주 가오슝에서 만난 홍원기 감독은 또 같은 얘기를 했다.
포수 첫 시즌이 정신없이 흘렀다. 83경기서 타율 0.257 9홈런 38타점 27득점 OPS 0.718을 기록했다. 풀타임을 뛰고, 경험이 쌓이면 시즌 20홈런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펀치력이 좋다. 팀에서 타구속도, 배럴타구 비율 등이 최상위권이란 얘기도 나왔다. 포수로서 필요한 수비와 볼배합은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는 경험으로 메우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포수로 두 번째 시즌이다.
김건희는 “타격과 수비 모두 기본적인 걸 잘 준비하려고 한다. 너무 막 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윤 코치님이 루틴을 만들어줬다. 캠프 때 해봐야 시즌에서도 할 수 있으니 미국에서부터 했다. 꾸준히 해보니 좋은 타구를 만들 확률이 올라갔다. 볼을 잘 볼 수 있게 됐다. 타구속도보다 내 루틴이 배팅에서 나오는 게 중요하다. 펀치력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듣는다”라고 했다.
몸관리도 더 철저히 한다. 김건희는 “작년에는 잘 안 됐다. 이제 스스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먹는 것부터 신경 써준다. 체지방도 빼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신인 때와 마음가짐이 또 다르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1군에서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감사하다”라고 했다.
포수로서 기본기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김건희는 “블로킹, 공을 잡는 자세부터 섬세하게 다듬는다. 베이스가 커지면서 주자가 수비수를 피해서 (도루)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송구를 내 기준에서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던지라는 주문을 받는다. 그래야 아웃될 확률도 높다(포수 기준 주자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라고 했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포수로서의 디테일을 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건희는 “그런 디테일과 섬세함을 알고 있어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투수에게 편안함을 주려면 포구를 잘 해야 하는데 나 자신에게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코치님들 말을 잘 듣고 뭔가 하다 보니 다 끼워 맞춰지더라”고 했다. 김건희는 일단 베테랑 김재현과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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