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시민들 “정장 입으면 러 공격 멈추나”
수술복·구조대원 등 저마다 정장 올려
밴스 부통령 ‘정장 조롱’ 밈 SNS서 퍼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군복 차림으로 나섰다가 조롱의 대상이 되자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이게 우리 정장”이라며 반박하는 글을 게시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앞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정장 잘 차려입었네”라며 비꼬는 인사를 건넸다.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갖춘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이다.
미국 측의 복장 지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보수 성향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가장 높은 직위에 있으면서 정장을 거부했다. 정장이 있기는 하냐”고 면박을 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복장을 갖춰 입겠다”며 “당신과 비슷한 것일 수도 있고, 더 멋진 정장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아마 더 싼 것일수도 있다”고 넘겼지만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쫓기듯 백악관을 나서야 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만의 정장을 가지고 있다”는 글을 올려 미국 측이 ‘무례’라고 지적한 것에 반박했다.
해당 글에는 피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완전무장한 상태의 군인들, 전장에서 다리를 잃고 의족을 찬 사람들, 폭격당한 아파트에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구조대원들 등의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그들의 수트를 갖췄다”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집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어떤 이의 일상의 복장은 곧 구조의 상징이 됐다. 전쟁 중 우크라이나의 ‘수트’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모두 최고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역시 정장만을 고집하는 미국 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023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 멜라니야 포돌랴크는 엑스에 ‘우리가 정장을 입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는 것을 멈출 것인가?’라는 플랜카드를 든 여성의 사진을 공유했다.
우크라이나 코미디언인 안톤 티모셴코도 엑스에서 최근 보수주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바지가 종아리까지 올라가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이런 사람들이 정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석했다는 한 미국인 여성은 엑스에 군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밴스 부통령에게 “여기 내 정장”이라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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