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민주당은 중도보수’·‘한국판 엔비디아’ 발언 등을 내놓으며 정치권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미래를 중점에 두고 담론을 제시하거나, 대기업 수장을 만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차기 유력 대권 주자 이미지 부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이재용 만나고 ‘정치권 이슈’ 선점까지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0일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박람회에 방문한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이 회장을 만날 계획이다.
SSEFY(싸피)는 삼성전자가 청년들의 취업지원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대표는 이날 박람회에 참석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며 “통상 문제와 경제 현안 등이 토론 주제로 잡혀있지 않지만, 논의 소재로(는) 열려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 대표가 삼성 수장과 청년층을 함께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모습을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에 이어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까지 내놓으며 정치권 이슈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긴다면, 그중 70%는 민간이 갖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그리고 그게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세상이 제가 꿈꾸는 기본사회”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여권의 대권 잠룡들까지 나서 이 대표 비판에 치중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본사회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성과를 국가가 관리하려는 발상은 기업가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사회주의적 접근”이라며 “이 같은 사회에서는 삼성이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결코 탄생할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의 구상은 옛 소련의 전철을 밟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의 발상은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며 “입으로는 기업과 경제를 외치지만, 머릿속은 결국 국가가 기업 성과를 독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무서운 기본사회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기본소득보다 더 황당한 공상 소설 같은 얘기다.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방법은 어디에도 없고 그런 상상 속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뜯어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국민의힘 비판에 이 대표는 “극우 본색에 문맹 수준의 식견까지 걱정된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성공한 기업 지분을 뺏으려는 반기업 행위라고 공격한다”며 “AI가 불러올 미래에 대한 무지도 문제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 하니, 그런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는가”라고 반격했다. 또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의 정부 출자 지분이 48%’라는 글을 공유하며 “국힘(국민의힘)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비판을 적극 반박함과 동시에 자신의 AI 활용 방안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무상 의무교육을 시켜 한글과 산수, 기초 교양을 가르치는 것처럼 모든 국민에게 인공지능 활용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교과서를 무상 제공한 것처럼 인공지능 이용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AI 무상보급’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어 소버린 AI 구축도 언급했다. 소버린 AI란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이 지배적 기술이 되는 어느 시점인가는 기본적 인프라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공지능 이용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며 “그 시점을 하루라도 앞당기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을 AI화 해야 한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두고 20대 남성들의 표를 겨냥한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현대전은 더더욱 병사 수가 아니라 무기 장비 체계로 결판난다. 군은 첨단무기와 장비를 갖춘 스마트 강군으로 발전해야 하고 병사들도 의무로 병영에서 청춘을 보내며 견디는 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전문 직업군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제조와 응용은 우리가 강점을 가지는 영역이고 그러므로 정부의 AI 지원 정책은 제조 AI와 응용 AI가 그 핵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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